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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는데 이들의 얄궂은 만남은 2년만에 재현됐다.
그런데 공교롭게 2년 전 우리은행이 우승을 차지했던 곳도 부산, 그리고 상대는 당연히 BNK였다. BNK가 지난 시즌부터 홈을 사직실내체육관으로 옮겼기에, 경기장은 달랐지만 말이다. BNK로선 결코 잊기 힘든 경기였다. 당시 5승 25패로 최하위에 그치긴 했지만, 이날 단순한 1패보다는 역대 여자 프로농구 최저인 29득점이라는 불명예를 썼기에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었다.
44개의 2점슛을 쏴서 9개 성공 그리고 3점슛 18개 시도에 단 1개를 넣는 등 필드골 성공률 16.12%라는 어이없는 플레이에, 당시 부산BNK센터에 모인 관중들뿐 아니라 관계자 모두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하필 양 팀의 구단주들이 총출동한 날에 벌어진 일종의 '참사', 유영주 당시 BNK 감독은 시즌 최하위가 아닌 이 경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령탑을 내려와야 했다.
이후 박정은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고 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베테랑 김한별과 강아정을 영입, 심기일전하며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해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지만 2년 전의 '수모'는 선수들에게 트라우마일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자존심을 크게 상한 경기였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자고 선수들과 다짐했다"고 말했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역시 "2년 전 우승을 확정했기에 기뻤지만 BNK에겐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데자뷰'처럼 2년만에 또 다시…"라고 했다.
그래도 2년 전과 같은 졸전이 아닌 확실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이날 패했지만, 당시처럼 최하위가 아닌 여전히 2~4위의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으며 박경림 김민아 등 팀의 미래 자원들이 가비지 타임이 아닌 접전 순간에 투입돼 1위팀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나름의 역할을 해내는 등 소득도 분명 있었다.
경기를 마친 후 박 감독은 오랜 시간 미팅을 하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박 감독은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스텝업'이 시즌 목표이다. 지난해보다 적어도 한 순위가 높은 3위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 남은 5경기에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전했다. BNK는 오는 19일 신한은행, 24일 삼성생명을 만나 마지막 자웅을 겨룬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