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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의 1위 싸움이 의외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KB가 우리은행의 호적수로 등장한 시기는 박지수의 입단 후 2년차부터였다. 우리은행은 2016~2017시즌에 2위 삼성생명에 무려 15경기차로 앞선 33승 2패, 단일 시즌 개편 이후 9할4푼3리의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KB는 5할도 되지 않는 승률로 3위에 그쳤다.
이후 2017~2018시즌부터 박지수가 풀타임 리거로 뛰기 시작하며 두 팀은 지난 시즌까지 초접전을 펼쳤다. 4개 시즌에서 1위와 2위의 승차가 1~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끝까지 흥미진진한 승부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시즌의 경우 우리은행이 BNK썸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1위를 확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KB 1강의 양상으로 완전히 변했다. 4라운드를 채 마치지 않은 시점임에도 KB의 정규리그 2번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가 벌써 '7'로 찍히기 시작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KB가 FA 강이슬의 영입으로 더 강해진 반면 통합 6연패를 달성하는 등 지난 10년 가까이 여자 농구계를 호령했던 우리은행의 세대 교체가 이제 불가피 하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주전들의 노쇠화가 눈에 띄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정은의 체력과 기량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고, 공수 전반을 조율해야 하는 박혜진이 승부처에서만 전력을 쏟아야 할 정도로 스스로 템포 조절을 해야하는 등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 최이샘 김소니아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기복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밀착 수비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데, 이런 모습이 점점 줄어들면서 올 시즌엔 4라운드도 안 끝난 상황에서 5개팀 모두에게 패배를 기록할 정도로 전력이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우리은행으로선 신한은행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선 1위 도전보다는 2위 수성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KB에 미리 꼬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 맞대결에선 실력 이상의 정신력이 발휘되기에 더욱 그렇다.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앞으로도 3번 더 남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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