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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마음같아선 당장 만나고 싶지만…."
이제 갓 시작한 2020∼2021시즌 개막을 준비하느라 진을 뺀 상태라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다시 유관중 준비에 나서야 한다. "그래도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힘이 난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하지만 당장 만날 수는 없다. 오는 주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오는 17일 경기부터 관중 입장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하자 KBL은 12일 대책회의를 갖고 '관중 수용 비율은 방역지침 준수 하에 관람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까지 20% 중반 수준에서 관중을 받는다'고 결정했다.
이처럼 프로농구는 정부의 부분 유관중 허용 방침에도 곧바로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두기 1단계 방침이 나오자 즉각 유관중 태세로 전환했던 축구, 야구와 다른 모습이다. 축구의 경우 12일 열린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스페셜매치부터 곧바로 관중이 입장했고, 프로야구는 12일 휴식일을 거쳐 13일부터 유관중 경기를 치른다.
농구가 다소 더딘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농구는 축구-야구와 달리 코로나19 시대 부분 유관중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말(올해 초) 코로나19 유행 초기 단계일 때 KBL, WKBL 모두 무관중으로 전환했다가 시즌 조기 종료를 했을 뿐 부분 유관중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농구는 난방기를 가동하는 밀폐된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종목이라 확 트인 대형 운동장에서 관중을 받는 축구-야구와 다른 환경이다.
방역지침을 적용하는데 그만큼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농구 체육관 모두 지방자치단체(일부 교육청)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시설이라는 점도 유관중으로의 전환을 더욱 조심스럽게 한다. KBL의 유관중 결정에 따라 각 구단들은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공휴일 경기 시간 변경이 24일부터 적용되는 것도 주관 방송사의 프로그램 재편성 문제, 체육관 대관 일정 변경 등의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필요해서다.
여기에 구단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삼성, SK, KCC, LG 등 대부분 구단들은 무관중 시대에 맞춰 선수단 벤치 뒤쪽 관중석을 대형 스크린이나 현수막으로 장식했다. 방송 화면에 잡히는 관중석의 썰렁함을 가리고, 랜선 중계 등 '집관' 관중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홈 2경기 정도 써먹고 다시 철거해야 할 상황이다.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데 들어간 비용만 해도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른다.
구단들은 계속 설치해 두고 활용하는 방안, 다시 걷어내고 관중을 맞이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사정이 더 딱하다. 당장 유관중으로 전환할 계획은 없고 추이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대부분 구단들의 의견은 "유관중 비율이 50% 정도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이라 한다. 여자프로농구 구단들도 이번에 개막하면서 드라이빙 스루, 랜선 응원 등 무관중 콘텐츠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였다.
유관중으로 전환하면 모두 철거해야 하는데 20∼30%의 유관중으로는 비용 손실 일부 보전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더구나 거리두기 수준이 다시 강화될 수도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구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11월 초부터 3주간 휴식기도 있고 해서 유관중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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