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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문규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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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국제농구연맹) 랭킹 19위인 한국은 스페인(3위), 중국(8위), 영국(18위)과 한 조에서 격돌했다. 한국은 가장 만만한 상대인 영국을 제물로 1승을 챙겼다. '혹사 논란'이 일었다. 영국전에서 강이슬 김단비 박혜진이 40분을 소화했다.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고갈됐다. 한 때 두 자릿수 점수차 리드를 잡았으나, 경기 막판 추격을 허용했다. 가까스로 승리했다.
이 감독은 "혹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장기전도 아니고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선 한 경기라도 이겨야 했다. 팀에 부상 선수가 5명 있었다. 선수들이 부상으로 첫 날에는 3명, 다음날에는 4명밖에 연습하지 못했다. WKBL에서도 40분을 다 뛴다"고 말했다.
선수단 소집 초기 3~4명밖에 훈련하지 못한 것은 부상 탓이 아니다. 갑작스레 바뀐 대표팀 훈련 일정 때문이다. WKBL(여자농구연맹)은 '올림픽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일정을 조율했다. 1월25일부터 15일까지를 휴식기로 정했다. 하지만 소집일이 1월21일로 당겨졌다. 대표 선수들은 진천과 소속팀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 탓에 선수단 전원이 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것이다.
A 전문가는 "이 감독의 말처럼 WKBL에서도 40분을 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40분을 뛰고, 다음날 곧바로 또 경기를 치르지는 않는다. 영국을 잡기 위해 올인했다고는 하지만 전술 변화나 교체 등에서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이 때문에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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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없다? 골든타임이 줄어들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수단의 상처다. 대표팀에 다녀온 B 선수는 "감독님의 말에 두 번 상처를 받았다. 선수들은 올림픽을 향해 최선을 다했다. 몇몇 선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약을 먹어가면서 준비했다. 훈련도 다 함께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부상 때문에 뛰지 못했다고 한다. 더 상처가 됐다"고 토로했다. C 선수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꾹 다물었다.
'막내' 박지수는 귀국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말을 토해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다들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은 하고 싶다. 영국전뿐만 아니라 스페인,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서 뛰는 게 좀 많이 창피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질 일도 아니고, 그렇게 질 선수들, 경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지난해 4월 재신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령탑에 올랐다. 협회는 이 감독에게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과 올림픽 프레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예선까지 세 대회 지휘봉을 맡겼다. 추가 계약은 추후 논의한다고 명시했다.
이 감독은 "(재신임은) 모르겠다. 내가 얘기할 수 없다.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방 열 협회장은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감독 재신임 문제는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이사회 평가를 거쳐 정해진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여론은 좋지 않다. 선수들의 귀국 현장에 온 한 팬은 '이문규 OUT' 플래카드를 꺼내 들었다. D 전문가는 "올림픽에 진출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이 감독을 재신임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혹은 '대안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일부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귀국 인터뷰에서 박지수가 작심발언을 했다. 결국 쌓인 게 폭발한 것이다. 더 이상 '원 팀'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전처럼 WKBL 우승팀 감독이 맡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여자농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사령탑을 교체한 바 있다. 2007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에서 우승을 이끈 유수종 감독 대신 정덕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대회에 나섰다.
도쿄올림픽은 7월에 펼쳐진다. 선수 점검 및 상대 분석, WKBL 리그 종료 등을 고려할 때 3월 초까지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골든타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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