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맥을 못짚는 이문규 감독, 40분 뛴 게 문제가 아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02-12 17:07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한국 여자농구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앞서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대회에는 최종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문규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1/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맥을 못짚는 이문규 감독.

여자농구 대표팀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힘겹게 2020 도쿄 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왔지만, 이 감독의 혹사 논란에 축제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11일 입국한 선수들까지 일련의 과정에 아쉬움을 표했으니, 보통 상황은 아닌 게 맞다.

하지만 이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국전 올인이라는 자신의 전략으로, 귀중한 올림픽 티켓을 따왔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WKBL에서도 선수들이 40분을 뛴다"는 등의 변명을 했다.

이 감독이 맥을 잘못 짚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영국전. 3명의 선수가 4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이날 총 6명의 선수만 뛰었다. 김한별은 거의 뛰지 않았으니 박혜진, 김단비, 강이슬, 배혜윤, 박지수가 경기를 다 소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누가 봐도 베스트 멤버고, 이들 중심으로 경기를 치르는 게 당연했다. 영국전 1승이 올림픽행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여론은 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만약, 영국전이 계속 박빙의 흐름으로 갔거나 근소하게 지는 흐름이었을 때 주전 선수들을 계속 뛰게 했다면 지금과 같이 여론이 좋지 않았을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가장 잘 뛰는 선수들을 끝까지 투입안하면 그게 이상한거다.

문제는 경기를 잘하며 시종일관 10점 이상 리드를 가져갔다는 점에 있다. 15점 이상의 점수 차이에도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지 못한 게 핵심이다. 박지수가 4쿼터 초반 4파울을 범했을 때도 점수 차이가 컸다. 그 때 왜 2~3분이라도 교체를 해주지 못했던 것일까. 선수들은 경기 막판 다리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치명적인 역전패를 당할 뻔 했다.

물론 이 감독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15점의 점수 차이에도, 금세 흐름이 바뀌면 추격을 당하는 스포츠가 농구다. 백업 선수들을 내보냈다가 혹여나 좋은 흐름이 바뀌지 않을까 걱정해 선수들을 남겨놓을 수 있었겠지만, 이는 너무 구시대적인 방식의 농구다. 이렇게 큰 점수 차이에도 자신이 뽑은 선수들을 믿지 못한다면, 이는 팀 스포츠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부상 선수가 많았다는 변명도 대면 안됐다. 모두 자신이 선발한 선수였다. 부상을 꼼꼼히 체크하고, 경기가 안될 것 같으면 다른 선수로 바꿔야 했다. 박지수 외에 센터를 한 명도 뽑지 않은 선택도, 감독의 마음이다. 대신, 박지수가 뛰지 않을 상황에 대비한 수비 전술 정도는 만들어놨어야 한다. 지역방어를 서든, 도움 수비로 상대 센터를 괴롭히든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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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전의 경우도 톱에서 13번, 사이드에서 44번 선수에게 3점슛을 연거푸 허용하며 따라잡혔다. 당초 전력 분석에서는 두 사람 외 한 명의 선수만 슛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전력 분석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면 경기 중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 똑같은 3-2 지역방어만 고집하다 사이드에서 44번 선수에게 3점슛을 허용했다.

이 감독도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모두가 바라는 올림픽 티켓을 따왔는데 모두가 비난을 하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올림픽 진출 여부보다 스포츠로서 농구를 즐기는데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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