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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1, 2차전이 연속 패배. 팀 사기는 완전히 꺾였다. 더욱 암울하게 만든 것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부터 누적된 묵직한 데이터다. 17회 동안 1, 2차전을 패한 뒤 3연승을 거두고 4강에 올라간 팀은 없다.
그런데, KT는 '초능력'을 보인다. 2승2패를 만들었다. 3, 4차전 LG를 대파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세와 경기력, 그리고 체력에서 모두 KT가 LG를 압도하는 형국이 됐다는 점이다.
이 중심에는 허 훈과 양홍석 신예 듀오가 있다. 이들은 좀 특별하다. 신예들의 가장 큰 장점. 체력과 투지. 약점. 경험이다. 하지만 '도식화'된 이런 장, 단점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허 훈과 양홍석은 도대체 6강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걸까.
허 훈 '양날의 검'
허 훈은 정규리그와 비슷하다. 오히려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양날의 검'의 모습을 보인다.
단, 시리즈를 치를수록 자신의 강점을 최대화 시킨다.
일단 약점부터 보자. 허 훈의 재능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 재능을 상당 부분 갉아 먹는 것은 수비력이다. 일단 수비에 적극적이지 않다. 1차전에 그랬다. 이 자세는 2차전부터 고쳐졌다. 김시래의 2대2에 당하면서 교체된 1차전. 2차전 허 훈은 이를 갈고 나왔다.
하지만, 오랜 습관을 단기간 고칠 수 없다. 그의 수비 최대 약점은 스크린 대처 능력이다. 흔히, 상대가 2대2 공격을 할 때, 스크린 대처능력은 너무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 부분은 끝까지 공격자를 따라 다녀야 한다. 하지만, 중간에 스크린에 막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즉, 스크리너와 볼 핸들러 사이로 파고드는 파이트 스루 수비를 할 지, 뒤로 재빨리 돌아 커버를 하는 슬라이드 수비를 할 지를 정해야 한다. 이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책없이 당한다.
비 시즌, 허 훈이 가장 많이 고쳐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또 하나, 2대2 수비를 할 때 팀동료인 빅맨과의 호흡이다. 빅맨이 헤지(순간적으로 볼 핸들러를 압박하는 동작)를 하면, 허 훈의 수비 약점은 최소화될 수 있다. 이런 호흡이 순간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허 훈은 공격에서 상당히 특화된 가드다. 일단 미드 레인지 점퍼가 정확하면서도 골밑 돌파가 날카롭다. 여기에 순간적으로 빼주는 패스가 매우 좋다. 2차전, 1쿼터 무더기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진면목을 보여줬다. 또 하나, 3차전 3쿼터 트랜지션 상황에서 허 훈은 매우 확률 높은 공격 옵션을 택했다. KT 내부에서 허 훈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는 '강심장'이다. 플레이오프라고 떨지 않는다. 상대 매치업에 겁을 먹지도 않는다. 연세대 시절부터, 양동근과이 매치업에서 오히려 전투력을 불태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시래에게 번번이 당했지만, 주눅들지 않는다. 사실 수비는 단기간에 고쳐지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약점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지속하는 능력이다. 허 훈의 최대 강점. 그리고 플레이오프 6강 시리즈가 치러지면서 계속 나오고 있는 장점이다. 때문에 그는 신예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경험부족, 주눅드는 경향이 없다. 허 훈의 유니크한 경기력이다.
양홍석, 심장이 다르다
흔히 양홍석은 송교창, 안영준과 많이 비교한다.
이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양홍석과 안영준의 신인 시절 "안영준이 좋지만, 잠재력에서는 양홍석이 더 낫다"고 했다.
물론 각각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아직 입증해야 할 문제이고, 앞으로 누가 얼마나 더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기량 성장폭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양홍석의 장점은 좋은 하드웨어였다. 좋은 파워, 높이였다. 스피드와 운동능력, 그리고 세부적 기술은 송교창이나 안영준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홍석의 어정쩡한 수비 자세(수비 자세가 대체로 상당히 높다)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좀 다르다. 미디어데이에서 LG 김종규는 "플레이오프에서 경험이 중요하다. 'KBL을 뒤집어놓겠다고 했다가 내가 뒤집어졌다'"는 농담을 양홍석에게 던진 바 있다.
양홍석은 예외였다. 플레이오프 6강에서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 어이없는 실수는 거의 없다. 과감하면서도 강력한 움직임으로 LG 수비를 흐트러뜨린다. 승부처에서 더욱 강해진다. 강력한 골밑 돌파, 3점슛, 그리고 적극적 수비로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KT가 김영환이 부진하고, 랜드리가 부진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4차전까지 양홍석은 꾸준했다. 신예 선수가 이런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즉, 순간적 집중력과 근성, 그리고 승부욕이 송교창, 안영준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확실히 그렇다.
6강 플레이오프 LG와 KT의 5차전이 4월1일 창원에서 열린다. KT가 만약 승리하면 '0% 기적'을 만들어낸다. 절체절명의 상황, 상식을 깬 두 신예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까.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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