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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도 통하네" 프로농구 '농구영신' 흥행상품 자리잡은 비결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1-02 05:26


농구영신. 올 시즌 최고의 이벤트가 창원에서 열렸다. 시즌 최다인 7511명의 관중이 새해를 함께 했다. 사진제공=KBL

"날도 추운데…, 가요·연예대상이나 보면서 이불 속 새해맞이가 최고지."

"친구·가족들이랑 해맞이 여행갈텐데 심야에 오는 사람이 있겠어?"

이런 의구심, 비관적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춥기는 커녕 더워서 외투를 벗어야 하고, 틀에 박힌 연말 예능프로그램보다 볼거리가 많고, 고생길 송년 여행 대신 경품-클럽파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프로농구의 새로운 흥행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농구영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농구를 즐기면서 '송구영신'을 하자는 의미에서 탄생한 '농구영신'이 이번 시즌 최고의 히트를 쳤다.

12월 31일과 새해를 걸쳐 1박2일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농구영신' 이벤트. LG와 KT의 경기가 열린 체육관에는 올 시즌 최다인 7511명의 관중이 몰렸다. 창원실내체육관의 좌석 규모는 5300석. 만석이다 못해 경기장 곳곳에서는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으로 인산인해였다.

'농구영신'은 이번에 3회째다. 2016년 12년 3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오리온-SK전으로 실시된 첫 행사에서는 6083명, 이듬해 같은 날 리턴매치 차원으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오리온전에는 5865명이 운집했다.

흔히 프로스포츠에서는 관중 동원력에 있어 인구 많고, 이동이 편리한 서울과 수도권이 크게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창원의 '농구영신'은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 창원이 전통적으로 '농구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과 수도권을 압도하는 관중을 불러모았다는 것은 프로농구계에서는 '이변'이다. 특히 이번 12월 31일은 장거리 여행에 딱 좋은 징검다리 휴일이란 점을 봐도 더욱 그렇다.

'농구영신'의 성공적인 정착은 농구의 종목 특성과 함께 한국농구연맹(KBL)과 구단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농구영신'은 실내 스포츠인 농구이기에 가능한 아이디어였다. 프로농구에 대한 열기가 좀처럼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시대, '뭐라도 해보자'는 농구인들의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농구영신'이다.

난방 시스템 빵빵하게 갖춰진 체육관에서 하는 종목이라 한겨울 추위는 장애 요인이 아니었다. '해넘이'를 위해 심야시간에 경기를 할 경우 관중 유치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우려했지만 매년 똑같이 먹고-마시는 것보다 '농구장에서 전에 없던 경험'이란 콘셉트가 팬심을 자극했다.




휴가철도 아닌 겨울 비수기에 지방에서 빅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점도 지역 팬들의 호기심을 유도했다. 전국에서 각각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식을 제외하고 대부분 연말 행사는 서울에 집중된다. 겨울에 열리는 스포츠는 농구, 배구 등 실내 종목으로 한정적이다.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며 타종식, 해맞이를 하는 것보다 흥미로운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고 하니 지역 팬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KBL과 '농구영신' 주최팀인 LG는 팬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짰다. 경기 시작 시간 변경이다. 종전 두 차례 경기는 오후 9시 50분 시작이었다. 통상 농구 경기가 1시간40분∼2시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경기 종료 후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기 위해서였다. 팬들의 귀가 시간을 최대한 배려한 시간 배정이었지만 단점이 더 많았다. 승패가 결정된 경기 종료 후여서 어느 한쪽은 이른바 '김'이 빠진 상태로 새해를 맞았다. 팬들의 재미도 그만큼 반감되니 흥미로운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뭔가 어색했다.

결국 이번 창원 이벤트에서는 오후 11시 경기 시작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1, 2쿼터 전반이 끝난 뒤 타종식을 하도록 했다. 후반전이 남아 있으니 양팀 선수, 팬들 모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태에서 새해를 맞을 수 있다. '경기에 이길 수 있다는 희망', '새해를 맞은 희망'이 뜨겁게 뒤섞인다.

그동안 KBL과 LG 구단은 이런 색다른 특징을 앞세워 SNS 마케팅을 비롯해 2018∼2019년 '농구영신'은 달라졌음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전파하는 데 온힘을 쏟았는데 효과를 본 셈이다.

주최팀 LG 구단의 노력도 가상했다. 모기업 LG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갖고 싶을 만한 경품을 연말 선물로 내놓았다. 경기장 입장 과정에서는 '돼지띠 해 2019년'을 기념하기 위해 돼지 저금통 2019개를 무료로 풀고 '복'도 나눠가졌다.

하프타임에는 농구공과 KBL, LG 구단 로고를 절묘하게 섞어 디자인한 대형 종을 등장시켜 제야의 종을 연상케하는 음향효과까지 버무려 실제 타종식 상황을 연출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경기 종료 후에도 팬들의 귀갓길을 붙잡은 'DJ 라라'와 함께 하는 댄스파티. 경남 지역에서 유명인으로 통하는 DJ를 초청한 뒤 농구 코트를 클럽 스테이지로 변모시켜 신나는 댄스 타임을 선사했다. LG 구단이 지역에서 시장조사를 한 결과 유명 연예인을 초대하는 것보다 DJ 라라가 대세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었다.

이날 7500여명의 관중 가운데 젊은층과 가족 단위는 거의 반반이었다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즐길거리, 볼거리를 다양하게 준비했기에 나타난 황금 비율이다.

KBL 관계자는 "'농구영신' 개최지는 희망 구단을 우선으로 지정한다. 프로농구의 대표 상품으로 효과가 커지고 있는 만큼 차기 '농구영신'을 유치하기 위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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