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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결정 1차전의 주인공은 우리은행이었다.
1쿼터='변형'은 통하지 않는다
확실히 긴장감이 있었다. 경기 휘슬이 울린 뒤 전광판 시간이 3분이 다 되도록 림은 흔들리지 않았다.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김정은의 3점포, 어천와와 박지수의 미드 레인지 점퍼도 림을 외면했다.
7분16초를 남기고 단타스가 스틸에 성공했다. 속공 레이업 슛. 첫 득점이었다.
양팀은 모두 정상 수비였다. 일단 챔프전 초반, 힘 대결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홍보람의 첫 골이 터졌다. 경기 시작 3분46초 만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은행. KB는 기 싸움에 밀리지 않아야 했다. 1차전 1쿼터가 그래서 매우 중요했다. 수비 압박의 강도가 매우 심해졌다. 하지만 KB의 반칙이 많아졌다. 1쿼터 5분 이상 남은 상황에서 팀 파울에 걸렸다.
박지수가 부드러운 슛 터치로 미드 레인지 점퍼를 터뜨렸다. KB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터졌다. 그러자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절묘한 패싱 게임으로 미드 레인지 점퍼를 터뜨렸다. 장군멍군이었다.
이후, 시즌 막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박혜진이 어천와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다. 어천와의 미드 레인지 점퍼. 역시 트레이드 마크. 우리은행이 한 발 앞서기 시작했다.
전술의 변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KB는 기습적인 3-2 지역방어 형태의 프레스를 코트 2/3 지점에서 펼쳤다. 공격 세팅에 혼란을 주기 위한 의도. 권투로 치면 KB가 먼저 기습적 잽을 날린 셈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게는 무리였다. KB의 기습적 작전을 비웃듯이, 곧바로 전방으로 패스 연결, 어천와의 깨끗한 골밑슛으로 이어졌다. 노련한 우리은행에게는 쓸 수 없는 수비 전술이었다.
KB는 커리를 투입했다. 수비보다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곧바로 커리는 개인기를 이용한 연속 4득점. KB의 강점 중 하나는 단타스와 커리를 적재적소에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도 후반을 대비, 어천와를 빼고 교체한 해리스를 넣었다. 전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서서히 KB로 이동하는 찰나, 임영희가 팀 반칙에 의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사실, KB 수비가 허리를 감았다는 심판의 시그널. 하지만 관대한 판정 기준으로 볼 때 KB는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우리은행은 박지수가 1대1로 해리스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코트에서 그대로 실시했다. 김정은의 날카로운 골밑 패스, 해리스가 2점을 추가했다. 18-12, 우리은행의 6점 차 리드. 기선을 잡았다.
2쿼터=박지수의 재능 vs 박혜진의 경고
박지수가 반격했다. 해리스를 밖으로 끌고 나온 뒤 순발력의 비교우위로 골밑을 돌파했다. 매우 영리한 플레이. 박지수가 큰 무대에서도 얼마나 능수능란한 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 장면.
곧바로 우리은행의 반격. 해리스는 챔프전 직전 대체 외국인 선수다. 체력에 문제가 있다. 팀 플레이에 녹아들 시간도 많지 않았다. 챔프전에서 큰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리스는 중앙에서 볼을 잡은 뒤 곧바로 반대편 사이드 김정은에게 연결. 3점포가 터졌다. 우리은행의 팀 플레이에 얼마나 농익은 지 알 수 있는 모습.
KB는 의미있는 득점이 터졌다. 7분19초를 남기고 올 시즌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로 꼽히는 김민정이 개인능력으로 2득점. 답답한 KB의 득점에 힘을 보탰다.
KB는 수비를 변화시켰다. 2-3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우리은행은 중앙에 볼을 투입했다, 외곽으로 다시 패스. 하지만 어천와의 실책과 박혜진과 최은실의 슛 미스로 KB의 지역방어를 깨지 못했다.
이때, KB는 강아정이 메인 드리블러로 공격을 조율하면서 단타스에게 절묘한 2대2 패스, 연속 득점. 23-20.
하지만, 우리은행은 곧바로 박혜진이 오픈 찬스에서 3점포를 터뜨리며, KB이 지역방어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시즌 막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박혜진은 1쿼터 2득점에 그쳤지만, 매우 중요한 시점에 3점포를 터뜨리면서 리그 최상급 가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KB는 박지수와 김민정의 개인 능력으로 6득점. 특히 박지수는 골밑 돌파 후 플로터를 작렬시키며 재능을 입증했다. 우리은행은 홍보람의 3점포가 터졌다. 이 과정에서 KB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다. 일단 강아정은 이 시점까지 두 차례의 스틸을 전방에서 했다. 그런데 속공 레이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농구센스와 감각은 최상급이지만, 운동능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우리은행에게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속공 상황에서 스피드가 떨어진 강아정은 다시 세팅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단타스가 외곽에 나오면서 찔러주는 패스가 완전치 않았다. 결국 패스미스가 나오면서 우리은행의 기를 살려줬다. KB의 약점과 동시에, 패싱 레인을 끝까지 차단하면서 수비를 한 박혜진의 뛰어난 기본기가 돋보였다.
30-26, 일진일퇴의 공방전. 일단 우리은행이 반 발짝 앞서갔다.
3쿼터=위기관리능력의 실체, 시그니처 플레이
커리의 첫 3점포. KB 쾌조의 스타트.
하지만 곧바로 우리은행은 박혜진의 절묘한 패스에 의한 해리스의 미드 레인지 점퍼, 어천와의 골밑 돌파가 이어졌다. 이때, 박혜진의 속공 파울과 어천와의 강력한 판정 항의에 의한 테크니컬 파울이 이어졌다.
자유투 3개로 34-32, 2점 차 KB의 추격.
수비는 더욱 거세졌다. KB는 베이스라인에서 기습적 더블팀으로 우리은행을 압박했다. 공격이 아닌 수비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임영희의 3점포로 추격했지만, KB는 단타스가 3점포로 응수했다.
그리고 강아정이 스크린을 받고 길게 드리블을 친 뒤 역점 3점포를 터뜨렸다. 5분31초, 38-37, KB의 1점 차 리드. 이후 커리의 단독 속공으로 3점 차. KB의 기세가 올라가려는 찰나, 우리은행의 '시그니처 플레이''가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박혜진의 패스를 임영희가 짧게 잘라 들어오며, 깨끗한 미드 레인지 점퍼. 김정은의 골밑 돌파까지 성공하면서 다시 재역전.
커리의 자유투로 다시 KB가 역전하자, 우리은행은 또 다시 박혜진의 패스, 임영희의 점퍼로 재역전. 우리은행의 진정한 힘 중의 하나다. 흔히, 역전을 당할 경우 페이스를 잃으면서 당황하지만, 우리은행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로 위기를 능수능란하게 대처한다. 올 시즌 객관적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우리은행이 끝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챔프전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다.
이때, KB는 악성실책이 나온다. 단타스가 스크린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의 얼굴을 쳤다. 무빙 스크린은 여자농구에서 일상적이지만, 수비자 얼굴 쪽으로 팔을 갖다 대면서 마지노선을 완전히 넘었다. 공격자 파울이었다.
박혜진이 움직였다. 커리를 앞에 두고 1대1 개인기로 미드 레인지 점퍼. 이후, 14.8초를 남기고 3점포까지 터뜨렸다. KB의 기세를 완전히 잠재워 버린 3쿼터 끝내기 '5점 플레이'였다.
4쿼터=우리은행 위기관리능력, KB 통곡의 벽
KB 단타스의 4득점. 이후, 김정은의 미드 레인지 점퍼.
50-45, 5점 차의 우리은행의 리드. 이후 약간의 소강상태가 되려는 찰나. 임영희가 움직였다. 외곽에서 3점포를 쏜 뒤 그대로 환호했다. 8점 차. 남은 시간은 6분20초.
극심한 저득점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드 폭은 상당히 컸다. KB는 그대로 작전타임을 불렀다.
흐름은 우리은행이 완전히 가져왔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내포돼 있었다. 골밑을 전투적으로 수비하면서 반칙이 많아졌다.
박지수가 자유투 4개 중 3개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우리은행 역시 김정은의 결정력을 카드로 내밀었다. 여전히 8점 차. 시간은 점점 흘러가기 시작했다.
강아정의 3점포가 빗나갔다. 경기 막판 결정적 역할을 해줘야 할 강아정은 4쿼터 활동폭이 완전히 줄어들었다. 3쿼터까지 27분59초를 뛰었다. 체력적 부담감이 극심했다. 4쿼터 KB는 '강아정 카드'가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여기에 박지수 역시 30분을 모두 소화했다.
KB는 마지막 투혼을 보이기 시작했다. 커리가 더블 클러치 득점. 강아정의 골밑 2득점, 이후 커리의 패스를 받은 박지수가 다시 골밑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파울로 인한 자유투 2개 중 하나.
1분44초를 남기고 58-55, 3점 차 우리은행의 살얼음판 리드.
우리은행의 공격이 실패했다. KB가 공격권을 잡았다. 그런데 볼을 잡고 있던 커리와 강아정이 전혀 활로를 찾지 못했다. 결국 김정은의 블록슛으로 KB는 24초 제한 시간에 걸렸다.
우리은행의 공격 턴. 침착했다. 어천와가 스크린을 걸어준 뒤 골밑으로 빠져들어갔다. 임영희가 절묘한 바운드 패스. 골밑 슛과 함께 반칙으로 얻은 보너스 자유투까지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61-55, 6점 차 리드. 남은 시간은 40여초.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장면이었다.
KB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위기관리능력은 클래스가 달랐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박혜진과 임영희의 강렬했던 2대2 플레이, 이후 경기를 끝내버린 임영희와 어천와의 픽 & 롤. 위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더욱 강력한 집중력으로 공격 성공률을 극대화했다. 농익은 위기관리능력이 실체. 1차전 우리은행과 KB의 승패를 갈랐던 결정적 차이였다. 아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