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 KDB생명 위너스가 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여자프로농구가 위기에 직면했다. 시즌 전부터 모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등 재정적인 어려움이 심화돼 농구단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그동안 KDB생명을 인수할 기업을 찾았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고, KDB생명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규정상 KDB생명은 팀을 해체하더라도, 한시즌 운영비를 WKBL에 납부해야한다. WKBL은 이 돈으로 2018∼2019시즌에 팀을 운영한다. 최소한 다음 시즌까지는 6개 구단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을 벌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이 위기가 여자프로농구의 범위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 인수를 하게 된다면, 여자프로농구가 문호를 넓히게 되고, 7,8구단 창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금융권팀들만 있다보니, 외부에 폐쇄적으로 비쳐지는 면이 있다. 신세계가 2012년 농구단을 해체했을 때 KEB하나은행이 인수를 해 모든 팀이 금융권 구단이 됐다. 금융업체가 팀을 운영하면서 여자농구가 유지되기에 고마운 일이지만, 더 발전하려면 다른 기업들이 들어오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여자농구팀을 1년간 운영하는 비용은 대략 40억원 정도라고 한다. 프로야구처럼 몇백억원이 들어가는 큰 규모가 아니기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은 아니다.
마땅한 인수 기업이 없다면 프로축구처럼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K리그에는 인천, 대구, 대전, 성남, 강원 등 지방자치단체가 시민구단 형태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 지역 향토 기업들이 후원하고, 지자체가 운영비를 내서 구단을 운영한다. 시민구단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긴 해도, 농구단은 운영비가 크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지자체가 농구단을 운영할 경우 스포츠를 통해 지역민이 하나가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향토 기업과 스폰서십을 잘 활용한다면 지자체의 직접적인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KDB생명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 6개 팀으로 여자프로농구를 계속 꾸려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할 때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