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 우승→35G 우승, 역대 가장 힘겨웠던 우리은행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3-04 18:41


우리은행 선수단. 사진제공=WKBL

지난해 10월 28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이 열렸다.

결과는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아산 우리은행 위비를 66대59로 여유있는 승리. 우리은행은 5시즌 연속 통합 우승과 개막전 승리를 함께 가져갔었다. 드디어 그 루틴이 깨지는듯 했다. 경기 후 신한은행은 개막전 상대로 지목했던 우리은행을 꺾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고,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덤덤하게 하지만 예상한듯 패배를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 만난 청주 KB스타즈에도 패하며 충격의 개막 2연패를 떠안았다.

위 감독은 늘 시즌을 앞두면 "올해는 정말 모른다. 우리 팀은 결코 강하지 않다"며 겸손하게 엄살을 피운다. 단 한번도 "우승할 자신이 있다"고 시즌에 돌입한 적이 없다. 우승에 대한 욕심과 승리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불타오르지만, 외부에 대놓고 표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농구계 관계자들조차도 "올 시즌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가 많았다. '간판 센터' 양지희가 은퇴했고, 이선화와 김단비가 팀을 떠나 골밑이 약해졌다. '베테랑' 임영희는 이제 39세의 노장 대열에 합류했고, 여기에 개막 10일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부상으로 교체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부랴부랴 데스티니 윌리엄스와 나탈리 어천와를 뽑았으나,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합류 초반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지난 시즌과는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마지막 순번에 뽑아 '대박'을 터뜨렸던 존쿠엘 존스가 있었기에, 수월한 우승이 가능했다. 올해는 위성우 감독도 엄살이 아니었다. 정말 한 경기, 한 경기가 쉽지 않았다.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28경기만에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역대 최소 경기 신기록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인 35경기째에 와서야 가까스로 우승을 했다. 여유가 전혀 없었다. 2위 KB스타즈가 팀 창단 이후 최다인 11연승을 질주하며, 우리은행을 턱 밑까지 쫓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KB스타즈는 정규 리그 상대 전적에서도 4승3패로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은행이 통합 5연패를 차지하는 동안, 상대 전적에서 앞선 팀은 한 팀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KB스타즈는 위협적인 존재였고, 우리은행은 4일 열린 신한은행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혼신을 다해 뛰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역대 가장 힘겨운 우승이지만 그래도 우리은행다웠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김정은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확실히 해줬고, 외국인 선수들의 공백을 박혜진, 임영희 등 국내 선수들의 경험으로 채운 것도 우리은행이 강팀이라는 증거였다. 어렵게 거머쥔 우승. 위성우 감독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절실한 승리가 아니었을까.


아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