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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파울 유도, 이정현만 비난받을 일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4-24 10:29


삼성 이관희가 23일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서 이정현을 고의로 밀쳐 퇴장당했다. 사진제공=KBL

왜 이정현만 일방적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프로농구 최고의 축제 챔피언결정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고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안양 KGC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대결. 프로농구 역대 가장 흥미로운 챔피언결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농구가 아닌 다른쪽으로 이슈가 돼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23일 안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 경기 시작하자마자 KGC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의 몸싸움이 벌어지며 이관희가 퇴장을 당했고, 경기 후 양팀 감독들은 서로의 선수를 감싸느라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서는 안될 감정섞인 말들을 내뱉었다.

이정현과 이관희.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 일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잘못을 했다. 먼저 상대를 밀친 건 이정현. 원인 제공을 했다. 그러나 볼스톱 상황에서 상대를 의도적으로 가격한 이관희의 행동이 더 잘못됐다. 이정현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을 받았고, 이관희가 퇴장을 당한 것도 정당한 조치였다.(물론, 심판의 운영은 매끄럽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 후 이정현에게 U파울을 줬는데 삼성에 자유투를 주지 않은 건 명백한 실수다.) 잘잘못을 따지고 들면, 복잡하다. 이관희는 교체돼 들어와 작심한 듯 이정현 밀착 마크를 했다. 파울을 안하겠다는 의지로 양팔을 들었지만, 중계화면을 보면 필요 이상으로 상체를 들이밀며 상대 신경을 건드렸다. 평소 상대 슈터에 대한 적극적 수비를 펼치는 이관희는 타 팀 선수들 사이에서 파이터로 인식돼있는 게 사실. 물론, 상대가 적극적으로 막는다고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한 이정현도 할말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번 사건은 쌍방 과실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단순히 치고박고 한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파울 유도 논란이 깊숙히 개입돼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이 경기 후 필요 이상의 얘기를 했다. 이관희가 흥분한 원인이 이정현의 파울 유도 논란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정규리그부터 많이 당해왔고,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그 플레이들이 나오며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다고 했다.

이정현은 이번 정규리그 수비수들을 속이고 슛 동작을 취하며 자유투를 얻는 플레이를 즐겨왔다. 팀 내 비중이 커지고, 상대 견제가 심해지며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 규정 안에서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슛 페이크를 취하면 수비가 슛을 던지는 줄 알고 속아 뜬다. 그러면 그 수비수가 내려올 때 신체 접촉을 유발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게 대표적 방식이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케츠의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이 이 플레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시카고 불스 드웨인 웨이드도 그랬다. KBL에서는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애런 헤인즈가 이 기술을 잘 사용했다. 이 선수들이 하면 노련한 것이고, 이정현이 하면 치사한 농구라는 건 득점을 많이 주니 배가 아파 하는 상대쪽 일방 의견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정현이 접촉도 없는데 일명 '헐리웃 액션'으로 파울을 유도한다면 이는 분명 나쁜 플레이지만, 삼성이 억울하다는 그 플레이들을 보면 분명히 신체 접촉이 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3쿼터 이관희와 천기범이 3점 자유투 2개를 헌납했는데, 자신들이 속아 신체 접촉을 일으켰다. 물론, 이게 파울로 성립되려면 수비수가 공격수쪽으로 몸을 던지고, 공격수가 수직으로 뜨며 슛을 할 때 접촉이 일어나야 한다. 공격자의 실린더(서있는 위치에서 수직으로 원통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안의 공간)는 상대 수비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 슛 동작 시 어떤 접촉도 있어서는 안된다. 수비수가 수직으로 블로킹을 떴는데, 슈터가 앞으로 몸을 들이밀어 접촉을 얻어내면 이건 파울이 아니다. 이런 플레이가 사후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삼성 선수들은 이정현쪽으로 몸을 날렸다. 또, 1차전을 보면 이정현이 비슷한 슛을 시도할 때 심판진의 콜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심판들도 접촉이 있는 지, 없는 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뜻이다.

상대 플레이 스타일을 미리 알고 있으면 그걸 경계해 파울을 안하는 수비를 하면 된다. 또, 이정현을 욕할 필요도 없는 것이, 자신들도 그 플레이를 하면 된다. 공격력이 약하니 상대가 수비를 강하게 하지 않아 이런 플레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억울함이라면 할 말이 없다. 특히, 이 감독의 경우 현역 시절 이정현과 비슷하게 파울을 유도하는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었다. 다른 감독이 아닌 이 감독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다. 결국, 얄밉게 느껴지는 상대 플레이가 기분 나쁘다고 생떼를 쓰는 것밖에 안된다.

하지만 상대를 가격하고 퇴장당한 선수가 정의 구현을 했다며 영웅이 돼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정현만 일방적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얄미울 정도의 플레이로 정평이 나있는 이정현의 평소 이미지가 이번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친 꼴이 됐다. 이정현도 잘한 건 결코 아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분명 아니다. 이정현이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거친 파울을 한 건 비난 받는 게 마땅하지만, 규정 안에서 벌어지는 그의 플레이를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는 건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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