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타이틀 WKBL, 원칙 없이는 동호회 농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1-19 09:20


◇구 슬  사진제공=WKBL

프로인가, 동호회 농구인가.

청주 KB스타즈와 구리 KDB생명 위너스의 후반기 첫 경기가 열린 18일 청주실내체육관. KDB생명 선수단에 낯익은 얼굴이 1명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임의탈퇴됐던 유망주 슈터 구 슬.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선수 검색 창에도 구 슬의 이름이 추가됐다. 반 시즌 만에 다시 일반인에서 선수가 됐다는 뜻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힘들다고 뛰쳐나간 선수 다시 받아준 구단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지난 12일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구단 내부 회의를 거친 후 선수단에 정식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은 당장 뛸 수 있지만 운동을 안해 일반인 몸이다. 이번 시즌 제대로 된 경기 출전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슬은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했지만, 아직은 선수들 사이에서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KDB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4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잃었었다. 최원선은 고질인 무릎 통증 때문에 선수 생활을 접었다. 허기쁨도 기량 정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구 슬과 전보물 두 유망주는 힘들다고 뛰쳐나갔다. 구 슬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전보물은 지금도 모델 데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힘든 줄 알았던 프로 생활. 하지만 사회 생활은 그보다 몇 배 더 힘들 수 있다. 또, 선수층이 워낙 얇은 탓에 구단 입장에서는 기량 좋은 선수에 대한 미련도 있다. 구슬은 깔끔한 슛터치로 3점 성공률이 좋았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이 유망주 선수 중 가장 많은 기회를 줬던 선수다. 김 감독은 "이번 복귀는 선수가 원했나, 구단이 원했나"라는 질문에 "반반이라고 보면 된다"는 답을 내놨다.

강력한 원칙 세워야 한다

최근 KB스타즈 간판가드 홍아란의 임의탈퇴로 여자농구계가 시끄러웠다. 시즌 전 국가대표 가드인 아산 우리은행 위비 이승아도 마찬가지였다. 그 속사정이야 다 알 수 없겠지만, 결국 힘들다고 뛰쳐나간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얼마나 힘들면 그런 결정을 내렸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보여줄 태도는 아니다. 프로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없다"고 비판한다. 결국엔 너무 힘들어 잠깐 쉬어도, 자신들이 돌아오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받아주는 여자농구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구단이 임의탈퇴를 하면 최소 1년 간 복귀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임의탈퇴 제도를 이렇게 휴식이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자농구에서 임의탈퇴는 이 선수가 혹시 다른 팀에 갈까,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수단에 불과하다. 구 슬의 경우처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홍아란 사태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WKBL도 무책임한 결정을 하는 선수들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실 구 슬의 갑작스러운 복귀도 이에 맞춰 급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제재로 돌아오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일단 선수단에 합류시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KBL은 여론이 잠잠해지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 문제를 그냥 넘길 모양새다. 첼시 리 사태가 아직 제대로 마무리 되지도 않은 가운데, WKBL은 여러 행정 문제에서 아마추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WKBL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 할까. KB스타즈는 KDB생명전을 앞두고 홍아란의 사진 현수막을 체육관에서 제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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