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광철-밀러, 역적 될 뻔한 로드 살렸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1-08 18:02


사진제공=KBL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 원주 동부 프로미의 경기가 열린 8일 울산동천체육관. 경기 전 동부 김영만 감독 인터뷰에서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동부)와 찰스 로드(모비스)의 라이벌 의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2010년부터 한국 코트를 밟아 지금까지 뛰고 있는 장수 외국인 선수들. 농구 인생 전성기를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처음 한국 무대에 데뷔해 엄청난 탄력으로 강한 쇼맨십을 발휘하는 등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 경쟁 의식이 생길 수밖에. 김 감독은 "꼭 두 사람 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은 무조건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벤슨과 로드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는 건 이미 농구계에 많이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두 사람은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벤슨이 1쿼터 무득점에 그치며 잠잠했지만 2쿼터부터 벤슨이 살아나자 몸싸움이 치열해졌다. 그러던 중 작은 사고도 일어났다. 몸싸움 중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한 로드가 팔꿈치로 벤슨의 머리를 가격했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까지 거친 후 로드의 U-파울을 선언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만큼 치열한 양팀의 경기. 3쿼터 중반 변수가 발생했다. 벤슨이 턴어라운드 후 미들슛을 시도하는 가운데 로드가 벤슨을 밀어 반칙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그 전에 벤슨의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도 의심되는 장면. 로드는 펄쩍 뛰었다. 그리고 판정에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다음 공격 리바운드 상황에서 쓸 데 없는 동작으로 윤호영을 가격해 4번째 파울을 지적받았다. 이 때가 3쿼터 종료 4분14초전 44-48 추격 상황. 로드가 나가자 골밑은 동부의 독무대. 여기에 로드는 54-60으로 밀리던 4쿼터 6분56초 전에도 무리한 루즈볼 다툼으로 파울을 하며 퇴장당하고 말았다. 골밑의 기둥이 빠지는 것, 엄청난 타격이었다. 사실 동부쪽으로 경기가 일찌감치 기울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인도 이 사실을 알았는지 벤치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모비스 동료들이 풀죽어있던 로드를 살렸다. 로드는 이 3명의 주인공들에게 밥이라도 사야할 듯. 1번타자는 함지훈(17득점 8리바운드)이었다. 모비스는 3쿼터 로드가 벤치로 나간 후 골밑 공격을 허용하며 44-53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다.이 때 함지훈이 바스켓 카운트와 자유투 등으로 득점을 해주며 점수차가 더 이상 벌어지는 걸 막았다. 이 때 두자릿수 점수차가 났다면 분위기를 돌리기 힘들었다.

4쿼터 5반칙 퇴장 후에는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신인 김광철이 일을 냈다. 김광철은 팀이 61-64로 뒤지던 종료 2분38초 전 천금같은 동점 3점슛을 터뜨렸다. 그 다음 상황에서 아무도 기대치 않았던 공격 리바운드 후 자유투까지 얻어내 역전 점수를 만들었다.

마무리는 네이트 밀러(16득점 7리바운드). 동부는 로드 퇴장 후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의 골밑 득점을 계속 노렸다. 하지만 이게 독이 됐다. 밀러를 중심으로 전 선수가 똘똘 뭉쳐 골밑 공격을 막아냈다. 밀러는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4쿼터 막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팀에 73대66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이 3명이 역적이 될 뻔한 로드를 살렸다. 3연패였던 모비스는 양동근 복귀 후 기분 좋은 2연승을 달리게 됐다.

한편, 고양에서는 홈팀 오리온 오리온스가 전주 KCC 이지스를 84대65로 가볍게 물리쳤다. 외국인 선수가 오데리언 바셋 1명 뿐이었지만, 이승현이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해줬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부산 kt 소닉붐의 인천 경기는 아이반 아스카가 20점을 몰아친 전자랜드가 최하위 kt를 84대63으로 꺾었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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