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홍아란 이승아, WKBL 프로라면 그냥 두면 안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1-05 11:40


홍아란 스포츠조선

이승아 스포츠조선

국가대표로서 향후 10년 이상 꽃을 피울 수 있는 여자농구의 미래들이 연달아 농구판을 떠나고 있다. 아산 우리은행 포인트 가드 이승아(25)에 이어 청주 KB 스타즈 홍아란(25)까지 임의탈퇴로 WKBL을 떠났다. 이승아는 2016~2017시즌 삼성생명 여자농구대회 시즌 전에 팀을 떠났고, 홍아란은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했다가 부상 이후 재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WKBL사무국은 이런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양원준 WKBL사무총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사무국 차원을 넘어 구단, 전문가들과 현실태를 정확히 파악 진단한 후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WKBL 선수들이 홍아란 이승아 처럼 팀을 떠나는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현재 WKBL 6팀은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을 비롯 모든 팀들이 선수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시즌 직전과 직후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면담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A구단 관계자는 "홍아란 이승아가 팀을 떠난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선수들과 얘기를 해보면 뚜렷한 목표 없이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설득시켜 눌러 앉히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홍아란은 KB스타즈에 "지쳤다"는 얘기를 하고 떠났다. 처음엔 선수 은퇴를 얘기했고, 구단에서 은퇴 보다 합리적 판단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권해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승아는 경우는 구단에 "농구 자체가 싫다"고 했다. 구단은 이승아의 커리어와 향후 진로를 위해 생각이 바뀔 경우 팀 복귀를 받아줄 예정이다.

홍아란과 이승아는 1992년생으로 동갑이다. 홍아란은 2011년 신입 선수 지명에서 전체 9순위, 이승아는 같은 해 전체 1순위로 프로 입단했다. 둘다 국가대표 주전은 아니지만 향후 국가대표로 여자농구를 이끌 수 있는 예비 기둥들이다. 그런데 이런 선수들이 위기를 맞았다.

B구단 관계자는 "이승아 홍아란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6팀 선수들 중에서도 그만 두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시즌이 끝나면 또 그만 하고 싶다는 선수들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우리 여자농구가 처한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WKBL에는 토종 선수들의 자원이 풍족하지 않다. 잘 하는 선수를 골라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2017년 신입 선수 선발회에선 총 26명(고교 12명, 대학 12명, 실업 2명)이 참가했고, 그중 15명이 지명을 받았다. 낮은 취업률은 아니다.


이런 관문을 뚫고 프로에 온 선수들이 기존 선배들과 경쟁을 하게 된다. 또 아마추어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강한 훈련과 촘촘한 정규리그 경기 일정을 만나게 된다. 대개 농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해와 익숙한 합숙 생활은 계속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일부에선 합숙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부 선수들이 숙소 생활에 염증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장단점이 있다. 지도자들은 경기력을 감안할 때 숙소를 바로 없애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선수들이 이탈하는 건 어느 하나가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아 홍아란의 경우 비슷한 점은 '농구가 싫고 지쳤다'는 것이다. 둘은 이번 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전조 현상이 있었다. 계속 마음이 흔들려왔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농구 선수가 아닌 다른 뚜렷한 목표가 없는데도 쉬고 싶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승아 홍아란에 앞서 팀을 이탈했다가 복귀한 선수들은 마음 자세가 달라졌다고 한다. 우리은행 최은실 같은 경우다. 그도 비슷한 이유로 팀을 떠났다가 월 100만원도 벌기 어려운 아르바이트 등으로 힘든 생활을 하다가 컴백했다.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코트에서 농구공를 만지고 있다.

농구 선수가 별다른 대책 없이 코트가 아닌 일반 사회로 뛰쳐나왔을 때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후회하고 다시 구단의 문을 노크하는 선수들을 받아줄 수밖에 없는 게 WKBL의 현실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잦은 이탈과 복귀를 막는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쪽에선 열악한 선수 자원을 감안할 때 제재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속이 답답하고 아쉬운 WKBL의 현실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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