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매치 대박 KBL, 만족만 해서는 안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1-02 10:48


사진제공=KBL

한 차례 대박에 박수만 치고 있을 것인가.

한국농구연맹(KBL)이 모처럼 만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농구팬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12월31일 밤 열린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서울 SK 나이츠의 사상 첫 22시 야간 경기. 추운 날씨를 피해 집 밖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이벤트였다. 경기 후 선수단과 함께 팬들이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마지막까지 승자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 내용까지 치열했으니 완벽했다. 팬들은 이번 이벤트에 대해 큰 호평을 보냈고, 이상한 행정에 늘 욕만 먹던 KBL도 오랜만에 체면 치레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만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말 어렵게 농구에 대한 화제를 일으켰는데, 이 기세를 몰아나갈 고민을 해야하는 KBL이다.

사실 이번 이벤트도 KBL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최초 아이디어 제공은 KBL 주관 방송사 역할을 하고 있는 MBC 스포츠+였다. 방송사에서 먼저 제안을 했는데, KBL과 구단들도 괜찮다며 화답한 케이스다. 사실 처음 섭외 경기는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창원 LG 세이커스 경기였다. 그런데 성사 직전 전자랜드 최고위층에서 난색을 표해 고양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어찌됐든,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아쉬워할 일이 됐고 오리온과 SK는 어부지리로 구단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

벌써부터 올해 12월31일 홈경기 유치를 위해 각 구단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게 KBL의 문제다. 뭐 하나가 잘 되면, 더 좋은 걸 찾아내려는 게 아니라 그 잘된 걸 우려 먹으려만 한다. 대표적인 게 잠실학생체육관 신인드래프트다. 2013년 김종규(LG) 김민구(KCC) 두경민(동부) '경희대 3인방'이 시장에 나오며 화제가 됐을 때, 드래프트가 최초 생중계 됐고 팬들이 지켜볼 수 있게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됐다. 그 때도 호평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체육관 드래프트가 이어지고 있다. 체육관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과연 KBL이 체육관에서 하는 효과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한 분석 등을 거치며 계속 같은 길을 걷고 있느냐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올스타전만 봐도 주요 선수들 얼굴에 낙서 장난을 하는 이벤트가 처음 관심을 받자, 수년 간 계속해서 같은 이벤트가 반복됐다. 올드 스타들의 귀환도 반가웠는데, 그걸 그 다음해 또 써먹으니 팬들은 이에 대한 실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어떤 이벤트를 했을 때, 팬들의 관심이 쏠릴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지나간 크리스마스를 보자. 미국프로농구(NBA)는 한 시즌 일정을 잘 때 크리스마스 매치를 가장 먼저 편성한다. 최고 라이벌전을 준비한다. 가장 핫한 날, 가장 핫한 매치를 준비하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다. 올해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맞붙었다. 그 외 다양한 라이벌전이 미국 전역에서 펼쳐졌다. 우리는 서울 SK 나이츠-서울 삼성 썬더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울산 모비스 피버스, 창원 LG 세이커스-원주 동부 프로미전 3경기만 열렸다. 서울 라이벌전 외에 나머지 두 경기는 딱히 흥행 요소를 찾기 힘든 매치업이다. 그렇다고 KBL이 크리스마스 흥행을 위해 서울 라이벌을 일부로 만나게 했다고 믿기도 힘들다.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는 "크리스마스같은 대목에 왜 5경기를 모두 하지 않는지, 팬들의 관심을 끌만한 매치를 만들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KBL은 개막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날 외에는 5경기를 한꺼번에 치르지 않는다. 그저 일정을 수월하게 짜는 편의를 위해서다. 물론, 중간중간 어지러운 일정이 들어가면 몇몇 팀이 이동이나 경기 일정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이는 KBL과 구단들이 조금만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매치 뿐 아니다. 여러 라이벌팀들의 매치를 부각시킬 수 있다. SK-삼성 서울 라이벌 뿐 아니라 SK는 LG-부산 kt 소닉붐과 함께 통신 라이벌이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세 팀 사이 서로에 대한 의식은 엄청나다. 지난 정규리그 세 팀이 나란히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7위라도 차지하라는 고위층 지시에 세 팀이 온 힘을 쏟아부었다는 걸 알면 재밌다. 같은 붉은 유니폼의 KGC와도 라이벌 의식이 매우 크다. 양팀 선수단 사이에는, 다른 팀엔 져도 저기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심리가 수년 전부터 있었다. 미남 선수도 많고, 화려한 농구를 하는 팀 컬로도 비슷했다. 삼성은 전자 라이벌 LG만 만나면 피를 튀긴다. 삼성과 LG가 홈-원정을 오가며 '라이벌 백투백 매치'를 벌인다고 하면 집중도가 더해진다. 홈에서 응원한 팬들이, 단체로 원정 응원을 떠나는 이벤트도 또 만들어질 수 있다.

팀을 떠나 선수 라이벌전도 있다. 당장 이종현(모비스)가 복귀한다고 하면 최준용(SK)과의 첫 맞대결 경기 만으로도 이슈를 생산하기 충분하다. 앙숙으로 유명한 양희종(안양 KGC)과 문태영(삼성)이 만나면, 으르렁 거리는 모습만 보여줄 게 아니라 아예 '양희종-문태영 매치'로 명명을 해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을 집중 부각 시키는 방안도 흥미로울 수 있다.


흥행 요소는 많다. 다만, 이를 찾고 알리는 데 얼마나 노력을 하는 지가 중요하다. 그 노력 없이 "우리는 왜 프로야구에 비해 인기가 없을까"라고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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