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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치열했던 파울전쟁, 삼성 와이즈가 끝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2-29 21:08


삼성 와이즈의 경기장면. 사진제공=KBL

삼성이 반격의 1승을 거뒀다.

삼성은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KGC를 92대88로 눌렀다. 2연패 후 1승. 4차전은 2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변수가 많았던 경기였다. 특히 파울 트러블이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좌지우지했다. KGC는 일찌감치 찰스 로드와 마리오 리틀이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삼성은 3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 4쿼터 문태영이 연달아 5반칙 퇴장 당했다.

●1쿼터=삼성의 기습적 트랩

경기 전 삼성 라커룸에는 깜짝 손님이 방문했다. 이상민 감독의 연세대 후배이자 최근 예능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KBL 레전드 서장훈이었다. 서장훈은 "썰전 녹화가 끝난 뒤 왔다. 한 번 온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시간이 났다"고 했다. 이 감독과 서장훈은 20여분 환담을 나누면서, 막역한 관계를 확인했다.

라커룸 분위기와 달리 삼성은 급박했다. 패하면, 그대로 짐을 싸야 했다. 2연패. 반면 1승만 거두면 4강에 진출하는 KGC 김승기 감독은 "삼성의 홈이다. 방심할 수 없다. 수비가 좋은 김윤태를 투입,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초반 기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미. 게다가 주력 가드인 김기윤과 박찬희를 아끼면서, 후반 체력전에 대비하겠다는 복합적 의도가 있었다.

삼성은 이시준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다. 빠르고 3점슛이 정확한 이시준을 기용해 KGC의 압박에 대비, 초반 분위기를 가져가겠다는 복안.


1쿼터는 일진 일퇴였다. 2분9초를 남기고 양희종이 3점포를 성공시키며 20-16으로 앞서가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은 라틀리프가 공격리바운드에 의한 골밑 득점을 올린 뒤 임동섭이 좌중간에서 깨끗한 3점포를 터뜨리면서 이내 경기를 뒤집었다. 1쿼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삼성의 순간적인 압박이었다. KGC가 부분적인 2대2 공격을 할 때, 순간적으로 코너에서 트랩을 들어갔다. 1, 2차전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적 수비였다. 체력전을 펼치면, 선수 활용폭이 넓지 않은 삼성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연패를 당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뒤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절박함의 산물. 결국 21-20, 삼성이 1점을 앞선 채 1쿼터가 끝났다.

●2쿼터=리틀의 파울 트러블

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2쿼터. 삼성 이상민 감독은 경기 전 "리틀이 가장 큰 고민이다. 농구를 심플하게 하면서 KGC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사실 순발력에서 뒤지는 와이즈가 1대1로 막기 힘들다. 슛 거리가 길기 때문에 외곽에서 마크할 경우, 자연스럽게 골밑 리바운드가 약해지는 부작용도 있다.

삼성이 조금씩 앞서 나갔다. 1차전 부상을 입고 투혼을 보이고 있는 에릭 와이즈의 활약이 컸다. 리틀과의 미스매치를 통해 골밑을 압박했다. 자유투를 얻어냈고, 스틸을 이후 라틀리프의 손쉬운 골밑 득점을 도왔다. 게다가 상대 더블팀이 들어오자, 예리한 패스로 문태영의 미드 레인지 점퍼를 도왔다. 결국 4분56초를 남기고 33-24, 9점 차로 삼성의 리드.

KGC는 김기윤이 맹활약했다. 3점포를 성공시킨 뒤, 절묘한 2대2 공격으로 로드에게 오픈 덩크슛 찬스를 내줬다. 이때 가장 큰 변수가 생겼다.

KGC는 2쿼터 중반 전면 압박 수비로 첫번째 승부를 걸었다. 삼성은 8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렸다. 이 수비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분위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는 수비였다. 여기에 문태영에 대한 코너 기습 트랩으로 점점 압박을 강화했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려는 찰나, 큰 변수가 생겼다.

골밑에서 와이즈를 수비하던 리틀이 반칙, 4반칙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결국 KGC 벤치는 리틀을 불러들이며 전성현 이정현을 동시 투입하며 공백을 최소화하려 했다.

삼성은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많지 않았다. 리틀이 빠진 시점에서 36-29, 7점 차. 삼성은 2쿼터 종료 7.9초를 남기고 문태영과 라틀리프의 2대2 공격이 깔끔하게 성공,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KGC는 마지막 공격에서 김기윤이 2명의 수비를 모아놓고, 완벽하게 오세근에게 패스하며 결국 2득점. 44-37, 7점 차의 삼성 리드. 하지만 전반 마지막 김기윤의 감각적 플레이로 KGC는 추격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 3쿼터=파울 대전 Ⅰ

매우 거칠었다. 아직 완벽한 기선을 선점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삼성은 추격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파울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KGC는 외곽에서 리틀과 이정현이 3점포로 활로를 뚫었다. 반면, 삼성은 와이즈와 라틀리프가 골밑을 집중공략했다. 그런데 이상한 기류가 생겼다.

6분여를 남기고 임동섭과 라틀리프가 연거푸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이미 KGC 역시 리틀과 로드가 4파울. 파울 전쟁이 시작됐다.

허무한 순간이 있었다. 5분39초를 남기고 패스를 험블한 라틀리프가 김기윤의 얼굴을 쳤다. 명백한 파울이었다. 5반칙 퇴장. 55-45, 10점 차 삼성의 리드였지만, 완벽한 변수였다.

삼성은 주희정과 문태영이 분위기를 전환하는 소중한 득점을 했다. 주희정의 3점포. 2차전에 3점슛 하나도 넣지 못한 주희정의 의외의 중거리포. KGC는 정확하게 플레이하는 침착함을 보였다. 김승기 감독은 라틀리프를 빼고, 리틀만으로 경기를 했다. 두 선수 모두 4파울.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골밑 무리한 공격으로 파울 아웃을 당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함이었다. 또, 4쿼터 승부처에서 좀 더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KGC는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정확한 플레이를 했다. 김기윤과 이정현이 오세근과 절묘한 2대2 플레이로 득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64-59, 6점 차 삼성의 리드. 하지만 삼성은 라틀리프가 4쿼터에 없었다.

●4쿼터=파울 대전 Ⅱ

살아남는 자가 승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많았다.

KGC는 로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수비 실수를 많이 범했다. 삼성의 공격 루트는 문태영과 와이즈를 활용한 1대1. 더블팀이 들어오면 적절한 패스에 의한 오픈 찬스를 노리는 단순한 공격이었다. 이때 로드는 어설프게 더블팀을 가다가, 문태영이 와이즈에게 완벽한 오픈 골밑슛을 만들었다. 반면 로드는 골밑에서 김준일에게 블록슛을 당하며 삼성의 사기만 올려줬다. 결국 KGC는 간격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이때 또 다시 파울전쟁이 발발했다. 이번에는 문태영이었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밀착마크하는 양희종을 팔로 얼굴을 가격했다. 결국 공격자 파울. 삼성은 와이즈 임동섭 문태영이 모두 4반칙. 만약 삼성 입장에서 와이즈나 문태영 중 한 선수라도 퇴장을 당하면, 전력 자체가 급강하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은 6분32초.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

KGC는 리틀과 전성현이 3점포를 터뜨리며 추격에 가속을 가했다. 하지만 삼성은 와이즈가 1대1 공격으로 활로를 뚫었다. 76-74, 2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와이즈의 슛이 빗나갔지만, 문태영이 그대로 날아오르며 팁-인. KGC는 양희종이 오픈 3점슛을 놓쳤다. 그리고 삼성은 임동섭이 수비수가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3점포를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삼성. 삼성은 높이와 외곽 수비를 동시에 보강하기 위해 장민국을 기용한 상태였다. 85-79로 앞선 상황에서 삼성의 완벽한 공격 패턴이 성공했다. 소나기 득점을 하던 문태영에게 더블팀이 오자, 동시에 장민국이 정면으로 빠졌다. 문태영은 그대로 연결, 장민국이 3점포를 그대로 연결했다. 약속된 플레이가 그대로 성공하는 장면. 88-79, 남은 시간은 1분59초. 그대로 삼성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KGC는 막판 강력한 압박을 다시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현의 3점포 시도에 문태영이 파울아웃. 자유투 3개 중 2개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KGC의 압박에 삼성의 패스 미스. 전성현이 그대로 3점포를 터뜨렸다.

남은 시간은 1분16초. 88-86, 2점 차 삼성의 리드. 다시 한 차례 KGC 쪽으로 분위기가 완벽히 전환되는 장면이었다.

1골 싸움. 와이즈가 로드를 상대로 그대로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삼성 입장에서는 천금같은 득점. 하지만 KGC는 곧바로 로드를 이용, 손쉽게 골밑을 돌파했다. 삼성은 와이즈의 재차 공격했지만, 실패.

하지만 골밑에서 공격을 시도하던 로드가 스틸을 당했다. 장민국이 막고 있는 상황. 에릭 와이즈가 다가와 공을 뺏았다. 로드의 무리한 공격이었다.

그리고 주희정이 그대로 치고 들어가자, KGC는 파울을 했다. 속공 상황에 의한 U파울로 선언됐다. 주희정은 자유투 2개 중 1개만을 성공시켰다. 91-88, 남은 시간은 여전히 14.1초. 공격권은 여전히 삼성.

KGC는 파울 작전을 펼쳤다. KGC는 양희종을 리틀로 교체했다. 오세근을 제외하곤 모두 3점슈터로 배치했다. 파울을 얻은 이시준의 1구. 림을 3차례 튄 공이 그대로 들어갔다. 92-88, 4점 차 삼성의 리드.

KGC는 이정현이 무리한 3점슛을 시도했지만, 림에서 한참 벗어났다. 여기에서 경기는 끝났다. 삼성은 에릭 와이즈가 끝까지 버티면서, KGC를 혼란에 빠뜨렸다. 라틀리프와 문태영의 공백을 완벽히 지워버렸다.

결국 파울 대전에서 웃은 팀은 삼성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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