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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PG 스테판 커리] 피닉스에서 본 커리, 왜 최고인지 입증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2-14 20:42


골든스테이트가 1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토킹스톡리조트아레나에서 피닉스 선즈와 맞대결을 벌였다. 이 곳에서는 경기 내내 커리를 응원하는 원정 팬들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관중이 가득찬 토킹스톡리조트아레나.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단 1명의 선수를 보기 위해 팬들이 농구 경기장을 찾는 일, 진정한 슈퍼스타가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는 업적이다.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은퇴)이 그랬고, 2000년대는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2000년대 후반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NBA는 1m91 단신 선수의 독무대다. 어디를 가든, 화제의 중심에는 이 선수가 서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새 왕조를 연 스테판 커리다.

커리의 경기를 미국 현지에서 직접 관전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위해 1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토킹스톡리조트아레나를 방문했다. 피닉스 선즈와의 원정경기. 커리는 4쿼터를 통째로 쉬고도 26득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의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팀의 112대104 승리를 이끌었다. 팀 11연승. 또, 48승4패로 같은 기간 NBA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경기 1시간 전부터 커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폈다. 정확히 경기 시작 1시간 전 커리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찌감치 관중석을 채운 골든 스테이트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커리는 정확히 10분간 슛 연습을 했다. 먼저 골대 오른쪽 사이드에서 미들슛을 던졌다. 이어 자유투 라인 부근, 왼쪽 사이드로 자리를 옮기며 슛을 던졌다. 첫 번째 위치에서 2~3개의 슛을 놓치더니 이후 던지는 슛은 거짓말처럼 림 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갔다. 미들슛 연습 후에는 3점슛 연습을 이어갔다.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던지는 족족 들어가니 신기할 정도. 10분 연습 후 기다리던 팬들에게 사인을 성실히 해준 후 경기 시작과 함께 다시 코트로 돌아온 커리였다. 최근 피닉스는 신인가드 데빈 부커(외모, 신체 사이즈, 플레이 스타일이 커리를 빼닮았다)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 선수가 등장할 때보다 커리가 코트에 들어올 때 더 큰 함성이 터졌다.

플레이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트레이드마크 크로스오버, 비하인드 백드리블 이후 던지는 스탭백 3점슛은 기본. 마치 상대를 바라보며 체스트 패스를 날리듯 정확한 화려한 노룩 패스는 현지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모든 속공의 시발점은 커리였다. 수비가 붙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노룩 패스로 동료들의 손쉬운 득점을 도왔다. 수비가 동료 공격수쪽에 쏠리는 듯 싶으면 질풍같이 달리다 스텝을 잡고 3점을 던지는데 그게 모두 들어가버리니 상대 수비로서는 기가찰 노릇이었다.

경기장에서 직접 관전하니 커리의 플레이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화려한 득점과 어시스트 때문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동료의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미드레인지 부근에서 스크린 플레이를 하는데 힘썼다.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도무지 쉬지 않았다. NBA 슈퍼 스타들은 찬스에서 자신들이 득점을 쌓으려는 경향이 짙은데, 커리의 플레이는 영리했다. 자신에게 수비가 붙으면 욕심내지 않고 동료들에게 패스를 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커리 팬들이 1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토킹스톡리조트아레나에서 열린 피닉스 선즈와의 원정 경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지역 연고색이 짙은 NBA의 경우 전국구 인기팀이 아니면 원정팬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피닉스는 농구 열기로 뜨거운 도시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에는 과장 없이 약 절반 정도의 팬들이 파란색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 중 80% 이상이 커리의 유니폼이었다. 전국구 인기팀이 될 수 있는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건, 어느 팀 팬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 유무다. 서부컨퍼런스 부동의 1위 골든스테이트와 꼴찌에서 두 번째 피닉스의 경기는 2쿼터 중반부터 골든스테이트가 크게 앞서 나가며 맥이 빠졌다. 하지만 피닉스 홈팬들은 팀의 부진에도 눈이 호강한 하루였다. 커리의 화려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홈팬, 원정팬 가릴 것 없이 탄성을 내지르며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마치 커리의 쇼를 위해 나머지 9명의 선수가 조연으로 연기하는 듯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1만8000여 관중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미국 프로스포츠는 상대팀이 어떤 팀이냐에 따라 티켓 가격이 천차만별. 이 티켓 가격으로 원정팀들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보통 토킹스톡리조트아레나의 경우 비인기팀이 원정을 오면 가장 싼 좌석이 10달러 초반대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이날 골든 스테이트전은 가장 싼 티켓 가격이 40달러를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경기장은 팬들로 가득했다. 이와 비슷한 티켓 가격을 기록하는 팀은 서부지구 전통의 강호이자 라이벌 LA 레이커스밖에 없다. 이틀 전 같은 장소에 원정을 온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있는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도 30달러대에 그쳤다. 골든스테이트와 커리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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