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모비스의 늪' 매치업 존, SK 어떻게 깨야할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2-28 10:48


SK와 모비스의 2014-2015 프로농구 경기가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SK 김선형이 모비스 송창용의 수비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학생=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1.20/

올 시즌 SK는 유난히 '모비스의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2-3 매치업 존이다. 모비스는 대역전극을 펼쳤던 12월17일 SK와의 원정경기에서 끝까지 2-3 매치업 존을 고집했다.

전반 두 차례나 모비스 지역방어를 완벽히 뚫었다. 4쿼터 박상오가 3점슛 5개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 지역방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27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과연 모비스 2-3 매치업 존의 실체는 뭘까. 그리고 어떤 효과 때문에 유 감독은 SK전에서 사용하는걸까. SK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2-3 매치업 존

일단 이 수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3 지역방어의 변형이다. 하지만 좀 더 정교하고 까다로운 수비다.

2-3 지역방어는 앞선에 2명, 뒷선에 3명이 서서 지역을 수비하는 존 디펜스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지역방어다. 그런데 매치업 존은 좀 다르다. 2-3 지역방어의 형태지만, 대인방어가 가미된 개념이다. 즉 각자의 할당된 지역을 맡으면서도 공을 잡은 선수에 대해서는 대인방어 형태의 수비를 펼치는 것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2-3 형태를 유지하지만, 공격자 앞에는 무조건 수비수가 한 명 있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결국 형태는 2-3 지역방어를 유지하지만, 결국 공격자가 있는 지역을 할당해 대인방어를 하는 변형전술이다.


●헤인즈 잡기

이 수비는 궁극적인 목적인 SK 애런 헤인즈 잡기다.

이유가 있다. 일단 2-3 지역방어와 2-3 매치업 존의 효과는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2-3 매치업 존은 진화된 형태의 수비다.

기본적으로 2-3 지역방어는 여러가지 약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외곽에 찬스가 많이 난다. 게다가 미드레인지 사이사이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 이 부분을 노련한 헤인즈는 파고들 수 있다.

하지만 2-3 매치업 존은 이런 약점을 개선한 수비다. 공격자가 있는 곳에는 수비수가 있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2-3 지역방어의 개념이 합쳐졌다. 결국 헤인즈가 볼을 어떤 지점에서 잡든 지역방어의 형태가 이뤄진다. 그의 장기인 페네트레이션이나 미드 레인지 점프슛의 공간과 기회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결국 이 부분은 김선형의 자연스러운 봉쇄법과 연결된다. 결국 SK의 핵심인 헤인즈와 김선형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방법이라는 의미.

여기에는 SK의 또 하나의 약점이 고려됐다. 외곽의 믿을만한 슈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변기훈의 군 입대로 SK는 슈팅가드가 부족하다. 이 부분을 박상오가 잘 메워주고 있다. 하지만 박상오 외에는 믿을만한 슈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모비스는 이런 SK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유 감독은 '팔을 내주고 심장을 지키는 전술'을 감행했다. 17일 헤인즈가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골밑으로 두 차례 패스 연결,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완전히 파괴했다. 유 감독이 꿈쩍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양쪽 사이드에 있던 함지훈과 문태영의 골밑 커버가 늦었기 때문이다. 즉, SK의 공격작업이 정교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비스의 수비실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분이 보완되자, 후반 SK는 모비스의 매치업 존에 많이 고전했다. 4쿼터 박상오가 무더기 3점슛을 퍼부었던 부분. 당시 모비스는 스케줄이 좋지 않았다. 하루 쉬고 경기. 4쿼터 체력은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결국 매치업 존의 날카로움이 둔화됐다. 그 틈을 박상오가 잘 파고 들었다.

유 감독은 "일단 박상오가 예상치 못한 매우 뛰어난 3점슛 성공률을 보였다. 하지만 헤인즈까지 터지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SK 어떻게 깨야할까

깨기가 쉽지 않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순한 컨디션의 문제가 아니라, 두 팀의 매치업 시스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SK가 모비스 2-3 매치업 존을 깰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시간이 걸리지만,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2-3 매치업 존도 결국은 2-3 지역방어의 한 형태다. 즉, 여전히 약점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간결한 하이(자유투 부근 지역)-로(골밑 부근 지역) 게임이다. 자유투 부근에 공을 투입한 뒤 골밑으로 내주면, 2-3 지역방어는 자연스럽게 깨진다. 패스 과정에서 자유투 부근에 찬스가 나거나, 혹은 수비수가 자유투 라인에 서 있는 공격자를 막을 경우, 골밑에 빈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치업 존의 경우 이 '빈 틈'이 훨씬 줄어든다는 데 있다. 때문에 2-3 매치업 존은 기본적으로 변형이 아니라 진화된 지역방어다. SK 입장에서는 결국 하이-로 플레이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SK는 27일 골밑의 짧은 패스들이 대부분 모비스의 수비에 걸렸다.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헤인즈를 자유투 부근에 놓고(자유투 부근에서 결정력, 패스력은 SK 선수들 중 헤인즈가 가장 안정적이다), 하이-로 플레이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코트니 심스 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모비스는 헤인즈가 나올 때는 2-3 매치업 존, 심스가 나올 때는 대인방어를 사용한다. 1대1로 막기 힘든 헤인즈가 없는 상황에서 모비스는 굳이 2-3 매치업 존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강한 수비력을 지닌 모비스는 대인방어가 수비율이 더 좋다.

심스는 정통센터다.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골밑에서 호각지세를 이룰 수 있는 기량이 있다. 하지만 모비스는 '라틀리프 사용법'을 잘 아는데 반해, SK는 여전히 심스가 나올 때 공격에서 빡빡하다. 하지만 SK가 수비전을 한다고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용인원이 많은 SK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모비스와의 승부는 4쿼터 막판 싸움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에서 발생한다. 4쿼터 심스는 라틀리프를 막다 파울을 연거푸 범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왜 계속 파울을 주냐"며 심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심스 파울 장면을 보면, 팔을 갖다대는 게 아니라 손으로 상대를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슈팅을 할 때 파울이 불리기 쉬운 동작이다. 이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는 동작들이기 때문이다. SK는 쓸데없는 파울을 하는 경우가 많다. 1쿼터 자유투를 헌납한 박상오의 파울, 2쿼터 김선형의 전준범에 대한 파울, 4쿼터 최부경의 쓸데없는 블록슛으로 인한 자유투. 모비스와의 경기가 4~5점의 싸움인 점을 감안하면, SK 입장에서 이런 파울은 해서는 안된다. 심스 체제로 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비 체제로 간다는 의미다. 이런 '세심한 플레이'를 고치지 않으면 심스 체제로 갈 수가 없다.

마지막 대안은 김선형이다. 17일 6득점했다. 에이스로서 민망한 수치다. 27일 12득점을 했다. 하지만 야투율(2점슛 40%, 3점슛 33%)이 좋지 않다. 실책은 4개나 저질렀다. 김선형이 모비스에 약한 이유는 간단하다. 슈팅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는 그의 약점이 가려질 수 있다. 하지만 정교한 조직력을 지닌 모비스만 만나면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내는 김선형이다.

1쿼터 스크린을 받은 뒤 김선형은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이 슛의 성공률을 10%만 올려도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은 흔들릴 수 있다. 또 하나, 3점슛 성공률을 10%만 올려도 마찬가지다. 그가 슛이 없기 때문에 모비스는 자신있게 '헤인즈 잡기'를 위한 최적의 포메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슛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승현이 보여줬다. 2-3 매치업 존을 깨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파괴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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