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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프로농구 칭원 LG 세이커스 애기를 하다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프로 2년차 센터 김종규(24·2m6 95kg). 코트에서 모습을 감춘 지 4주 가까이 흘렀다. 가뜩이나 시즌 초반 흔들렸던 LG인데 김종규가 부상으로 빠진 뒤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울산 모비스, 서울 SK 나이츠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혔던 LG는 8위에서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상위권 도약은 쉽지 않겠지만 5~6위과 간격이 2게임 안팎에 불과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세이커스가 결국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주축 센터인 김종규 복귀가 전제가 된 예상이다.
팀 전력이 정상궤도로 오라가는 시점에서 덜컥 부상이 닥쳤다. 김종규는 "중요한 시기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 형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빨리 복귀해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종규는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미안하다",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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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출전이 체력적인 면에서 부담이 돼 부상으로 이어진걸까. 김종규는 몸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간절히 바랐던 것을 이루니까 허탈했다. 멘탈부터 정리를 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일주일도 안돼 시즌이 시작돼 초반에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1라운드가 끝났을 때는 이런 생각을 잊어버린 상태였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3주 정도 쉬고 지난 5월 대표팀에 소집된 김종규는 10월까지 세계선수권대회, 인천아시안게임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적극적으로 지난해와 다른 플레이를 시도했다. 시즌 초 외국인 선수 재퍼슨이 빠져 메시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다른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김종규는 "얼마전 창원 행사에서 만난 감독님이 몸 상태를 물어보셨는데, '좋아지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복귀를 재촉하는 사람은 없지만 매일 선배 형들이 몸 상태를 묻는다"고 했다. 모두가 김종규를 찾는다. 지금 세이커스에는 김종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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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 훈련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몸이 60~70%까지 올라왔다. 금방 코트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딱 그 시점부터 회복이 더뎌졌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은 코트로 달려간다. '언제 복귀가 가능한 거냐'고 묻자 김종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뛰어봐야 몸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데, 걷는 것 조차 조심스럽다. 그래도 김종규는 "1월 초중반이면 가능할 것 같다. 100% 몸 상태로 복귀하는 건 어렵다. 통증이 덜하고, 참고 뛸 수 있겠다 싶을 때 복귀하겠다"고 했다.
경희대 2학년 때도 반대편 발목을 다친 적이 있다. 그 때도 복귀까지 한달 넘게 걸렸다. 다른 사람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욕심이 생기다보니 초조해진다고 했다. 주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조언을 해줘도 잘 안 된다고 한다.
요즘 하루 일과는 오전 1시간30분, 오후 2시간30분 훈련. 오전 9시30분 쯤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나와 아이싱을 하고 발목, 근력, 밸런스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아픈쪽 다리 훈련,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좋아지는 게 바로 눈에 보이면 좋을텐데, 어떤 날은 더 아프고, 좋아진 것 같다가 오후에 갑자기 아플 때가 있다.
"재활훈련은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다. 한 번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고 꾸준히 해야하는 훈련이라 집중도 잘 안 된다."
운동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특별한 취미도 없어 영화나 드라마만 본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몸에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체중이 95kg이었는데 지금은 98~99kg까지 불었다. 24시간 내내 몸 생각, 농구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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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프로 저연차 선수라면 누구나 가슴에 롤모델을 하나씩 담고 있다. 김종규에게 원주 동부 김주성(35)이 그런 존재다. 대선배의 실력, 멘탈, 그리고 오랜 기간 최상을 유지하고 있는 몸관리를 배우고 싶다. 김종규는 "주성이형은 잘 안 됐을 때 빨리 해답을 찾고, 뭐가 부족한지 알고, 매사에 긍정적이다. 대표팀에서 기술적인 부분, 노하우에 관한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대학 시절 김종규는 김민구(KCC), 두경민(동부)과 함께 '경희대 삼총사'로 불렸다. 지난 6월 음주교통사고로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 중인 김민구와 매일통화를 한다. 친구는 김종규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친해도 몸 상태, 농구 얘기는 안 한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얘기는 피한다. 말은 안 해도 다 안다. 서로 욕하고 장난치고 그러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민구가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종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얼떨결에 농구를 시작했다. 성남초등학교 우정한 코치(현 명지중 코치)가 농구선수를 뽑으러 왔다가 김종규를 발견한 것이다. 김종규는 "농구해볼생각 없냐고 물어보셔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코치님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 다음날 곧장 전학을 갔다. 키가 1m52로 또래들보다 컸지만 운동은 전혀 몰랐다. 달리기만 잘 했다.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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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때 '농구 반 줄넘기 반'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줄넘기 덕을 본 걸까. 갑자기 덩크슛이 가능해졌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점프가 좋아졌다. 김종규는 선배들과 아무 걱정없이 농구를 했던 고교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동부 김종범이 1년, 상무 박래훈이 2년 선배다.
농구선수로서 타고난 키는 아버지(김영배·59)와 어머니(조은자·52) 덕분인 것 같다. 아버지가 1m88, 어머니가 1m68이다. 김종규는 "늘 또래 친구들보다 컸고, 워낙 친가쪽에 장신이 많아 키가 클 것이라는 생각은 있지만 이 정도로 자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적응이 돼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건 없는데, 입고 싶은 걸 못 입을 때 신경질이 난다며 웃었다.
이천=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