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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SK-모비스, 승부 결정지은 4가지 키워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2-17 21:13


모비스 양동근이 헤인즈를 제치고 결정적인 레이업슛을 성공시키는 장면. 사진제공=KBL

모비스가 19점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모비스는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혈투끝에 SK를 89대88로 눌렀다. 모비스는 2쿼터 한 때 19점차까지 뒤졌지만, 무시무시한 뒷심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SK는 잘 싸웠지만, 막판 바스켓카운트로 얻은 자유투를 헤인즈가 넣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결국 모비스는 21승6패로 선두를 지켰다. 반면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올 시즌 첫 단독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SK(19승7패)는 이날 패배로 다시 1.5게임 차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모비스의 조급증

모비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20승6패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생각했던 첫번째 고비가 왔다"고 했다.

2연패를 했다.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다. 조직적이지 못했고, 급했다. 팀의 밸런스가 깨진 게임이었다. 유 감독은 "배수용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한다. 활기찬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최근 2년 간 항상 고비마다 SK의 덜미를 잡은 모비스였다. 문 감독은 "박승리를 양동근의 매치업으로 붙이는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이 매치업의 의미는 상당했다. 운동능력이 좋은 박승리가 양동근을 괴롭히면, 모비스의 시스템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공격의 결정은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하지만, 기본적인 출발점이 양동근이기 때문이다.

기선은 SK가 잡았다. 모비스는 2연패 동안 경기내용이 나빴던 후유증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급했다. 1쿼터 중반 문태영과 라틀리프가 엉키면서 실책을 범했고, 양동근의 골밑 패스를 박상오가 스틸했다. 14-16으로 뒤진 모비스는 속공찬스를 맞았지만, 양동근은 속공 레이업슛을 실패했다. 곧바로 김선형의 속공이 터졌다. 문태영의 패스미스가 연이어 나왔다. 이 시점에서 SK는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모비스는 2-3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여기에서 SK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지역방어의 기본은 자유투 부근에 패스를 집어넣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방어의 밸런스가 깨진다. 헤인즈와 김민수가 번갈아 하이 포스트(자유투 부근 지역)와 로 포스트(골밑 부근)에 번갈아 섰다. 그리고 절묘한 하이-로 패스게임으로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무력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양쪽 사이드에 서 있던 모비스 문태영과 함지훈이 반박자 늦게 골밑 커버를 한 이유도 있었다. 결국 이런 복합적 요소가 결합되면서 SK는 26-16, 10점차로 리드로 1쿼터를 끝낼 수 있었다.


결국 모비스는 2쿼터까지 무려 11개의 실책을 범했다. 모비스의 조급증을 SK가 빠른 공격으로 되받아치는 양상.

●박승리 카드

예고했던대로 1쿼터 5분부터 SK 박승리는 양동근을 전담마크했다. 1m98의 박승리는 좋은 높이와 빠른 스피드를 지닌 포워드. 결국 양동근의 활동폭이 줄어들면서, 모비스 공격은 막히기 시작했다. 실책이 겹쳐지면서, 모비스는 2쿼터 초반 무너지기 시작했다. 2쿼터 6분까지 모비스는 라틀리프의 자유투 3득점이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SK는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헤인즈가 속공 덩크를 성공시켰고, 2쿼터 3분42초를 남기고 박승리의 3점포가 폭발했다. 38-19, 19점 차의 리드를 SK가 잡았다. SK가 야심차게 준비한 박승리 카드가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이 체력적 부담과 함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KBL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그의 경험과 기량은 생생히 살아있었다. 그는 박승리가 수비하는 순간적인 빈틈을 노렸다. 스크린을 이용해 3점포를 터뜨렸다. 과감하게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박승리의 순발력이 자신보다 약하다는 것을 공략한 적극적 공격. 그는 자신이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지 않으면 팀 자체가 위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SK는 김민수의 패스미스 등 실책이 나왔다. 결국 모비스는 빠르게 추격했다. 1분16초를 남기고 30-38까지 추격했다. 양동근은 2초를 남기고 3점포를 터뜨리면서 거센 추격의 시작을 알렸다.

전반 35-42, 7점 차로 뒤진 채 시작한 모비스. 하지만 흐름은 오히려 모비스의 편이었다.

●각성한 모비스

후반, 모비스는 180도 다른 경기력이 나왔다. 예전의 팀컬러를 완전히 되찾았다. 강력하면서도 끈끈한 수비가 바탕이 됐다. 공격에서는 상대의 자그마한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라틀리프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SK는 장신 포워드가 많지만, 라틀리프를 골밑에서 1대1로 대적할 선수는 코트니 심스밖에 없다. 하지만 SK의 첫번째 옵션은 애런 헤인즈다. 헤인즈가 빠지면 기동력과 공격력이 약해지는 딜레마가 있다.

라틀리프는 3쿼터 완벽히 골밑을 점령했다. 무려 17점을 넣었다. 8개 시도한 야투율은 100%. 리바운드 숫자가 12대4였다. 문태영과 송창용 등이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결국 모비스는 3쿼터 3분37초를 남기고 라틀리프의 골밑슛에 이은 바스켓카운트로 57-54, 역전에 성공했다.

SK는 헤인즈가 속공으로 맞불을 놨다. 결국 3쿼터는 63-61, SK가 재역전한 가운데 끝났다. 하지만 모비스의 각성이 돋보인 전환점이었다.

●문태영 vs 박상오

모비스는 2-3 지역방어를 줄곧 사용했다. 전반전, SK는 효과적으로 공략했지만, 시스템 상 SK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파괴하기 쉽지 않은 수비 시스템이었다. 박승리를 양동근의 수비를 위해 기용하게 되면, 승부처에서 정확한 외곽포를 던질 수 있는 선수는 박상오밖에 없다.

그런데 박상오가 폭발했다. 무려 5개의 3점을 퍼부었다. 모비스 지역방어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하루 쉬고 경기에 임한 모비스의 체력이 지치는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비스는 문태영이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미드 레인지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이용한 확률높은 슛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문태영은 24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박상오는 30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종료 2분9초를 남기고 박상오의 3점포가 터졌다. 86-80으로 앞서는 결정적 3점포였다. 하지만 모비스는 침착했다. 문태영의 2득점과 송창용의 3점포가 터졌다. 전준범이 속공에 이은 레이업 슛을 얹어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전준범의 속공 상황은 약간 애매했다. 끝까지 따라간 헤인즈가 블록슛을 했다. 전준범이 얹어놓은 레이업 슛이 백보드를 맞기 전에 헤인즈가 블록슛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한 끝에 내려진 결정은 헤인즈의 골텐딩, 모비스 2득점이 인정됐다.

20.7초를 남기고 양동근의 레이업슛으로 89-86. 하지만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 김민수의 3점슛이 불발된 상황에서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헤인즈가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동시에 경험이 부족한 전준범이 쓸데없는 파울을 범했다. 전광판의 남은 시간은 0이었다. 하지만 헤인즈는 마지막 자유투를 놓쳤다. 모비스가 웃었다. 잠실학생=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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