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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다."
하지만 최강 모비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어떤 팀이 도전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핵심 주전선수가 부상으로 빠져도 '잇몸'으로 잘 버티던 모비스다. 하지만, '내부'로부터 비롯된 약점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이 점을 대단히 경계하고 있다.
모비스의 치명적 약점, 바로 '방심'이었다. 지난 13일 안양 KGC 인삼공사전 패배가 이를 입증한다. 이날 모비스는 전혀 의외의 패배를 당했다. 객관적인 전력 분석상으로 볼 때 모비스가 질 확률보다는 이길 확률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나 KGC는 핵심 주전선수가 두 명이나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팀의 기둥인 센터 오세근은 지난달 말 왼쪽 복숭아뼈 골절상을 당해 재활 중이다. 거기에 주전 가드 박찬희마저 최근 지난 11일 삼성전 이후 장염 증세가 생기는 바람에 이날 경기에 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적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모비스는 67대80으로 대패했다. 무려 13점차 패배. 이번 시즌 모비스가 당한 5번의 패배 가운데 가장 큰 점수차였다. 더불어 이날 모비스는 LG와의 개막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16개의 턴오버까지 범했다. 이날 모비스의 패배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자멸'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유재학 감독은 전에 없는 강한 어조로 선수들을 질책했다. 4쿼터 막판 작전타임 시간에는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한 라틀리프에게 라커룸으로 들어가라는 듯한 손직을 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한참 동안이나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하며 이날의 잘못된 점을 단호하게 지적했다.
유 감독이 이렇게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한 이유는 단순히 KGC에 패해서가 아니다. 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착각하고 오해하는 게 있다. 순위가 하위권이라서 (KGC를) 약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들 실력갖추고 프로에 온 선수들 아닌가.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졌다면, 수긍했겠지만 상대를 얕보고 전력을 다하지 않아 진 것은 용납할 수 없던 것.
유 감독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위기가 오게 돼 있다. 선수들이 다치거나, 혹은 강팀과의 연전이 이어질 때가 그런 경우다. 하지만 이렇게 선수들이 방심하고 넋을 놓아버리면 그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며 모비스 선수들의 정신 재무장을 주문했다. '방심'이 선수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어 자리잡는 것. 모비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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