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천AG] 쿼터별 분석, 이란을 지운 완벽한 반전 드라마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0-03 20:12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농구 남자 결승 한국과 이란의 경기가 열렸다. 3쿼터 역전골을 성공시킨 한국 김종규가 환호하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0.03.

한국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희생양은 아시아 최강 이란이었다.

한국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79대77로 눌렀다.

대단한 승리였다. 이란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약점으로 지적되던 공격에서 완벽한 조직력을 보였다. 그래도 이란은 니카 바라미와 하메드 하다디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4쿼터 36.3초를 남기고 완벽한 역전극을 펼쳤다. 더욱 의미있는 부분은 예상됐던 홈 어드밴티지에 의한 유리한 판정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1쿼터=완벽했던 공격작업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빈약한 공격력이었다. 아시안게임 동안에도 냉정하게 말해 내외곽에서 믿을 만한 에이스는 문태종밖에 없었다.

그런데 경기 초반 한국의 공격작업은 완벽했다. 김종규는 하메드 하다디를 앞에 두고 미드 레인지 슛을 성공시켰다. 부드러운 슛 터치를 가진 김종규는 대표팀 훈련에서 중거리슛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킨 효과가 실전에서 나타났다. 조성민의 3점포와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7-0으로 앞서갔다.

이란은 초반 부진했다. 기본적으로 움직임 자체가 둔했다. 한국의 강력한 몸싸움에 적응하지 못했다. 노련한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미는 양동근의 압박에 하메드 아파흐와 충돌, 트레블링을 범하기도 했다.


그림같은 김종규의 패스에 의한 박찬희의 레이업슛, 조성민의 슛 미스에 이은 오세근의 팁 인이 나왔다. 완벽한 초반 분위기 점령.

하지만 이란의 실질적인 에이스 니카 바라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외곽에서 하다디의 스크린을 받으며 득점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문태종이 3점포를 포함, 5득점. 1쿼터 2분27초를 나믹고 20-14의 리드. 캄라니가 3점포로 대항했지만, 박찬희가 좋은 수비에 의한 자유투 2개로 계속 우위를 점했다. 5.7초 남기고 조성민의 3점포까지 터지면서 25-16으로 완벽한 기선을 제압했다. 1쿼터 1분35초를 남기고 하다디는 김주성과의 리바운드 다툼에 쓰러지며 벤치로 향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좋은 공격흐름이 1쿼터를 지배했다.

●2쿼터=바라미의 반격, 하다디의 부진

이란은 아시아 최강답게 서두르지 않았다. 포인트가드 캄라니를 활동력이 좋은 파리드 아슬라니로 교체했다. 하다디의 자리에 카도스트포스틴사라에이로 교체했다. 그러자 공격의 중심은 바라미로 쏠렸다. 그는 아시아 최강의 스몰포워드다웠다. 3점포로 시작한 뒤 좋은 패스를 센터에게 패스. 곧바로 또 다시 2득점. 가볍게 24-25, 1점차 추격전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몸싸움을 치열하게 했다. 김태술과 카도스트포스틴사라에이는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은 이종현의 2득점을 제외하곤 2쿼터 초반 5분 동안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이란의 압박수비가 인상적이었다. 이란은 결국 바라미의 연속 4득점으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스크린을 받아 내외곽에서 슛을 터뜨리는 바라미는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2쿼터 4분59초를 남기고 30-27로 이란은 역전했다.

한국의 1차 위기. 여기에서 조성민이 이란 하다디를 앞에 두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까지 넣었다. 하강세의 흐름을 끊는 소중한 득점. 게다가 이란은 바라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후반을 대비하기 위한 체력조절.

이란은 파울 트러블에 일찍 걸렸다. 김종규와 오세근의 득점이 터졌다. 속공상황에서 이란 아슬라니의 언스포츠맨 라이크 파울이 나왔다. 조성민이 자유투 2개를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공격작업이 원활하지 못했다. 하다디가 볼을 잡았지만, 골밑에서 한국의 2~3중 마크에 실책을 연발했다. 2분22초를 남기고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기도 했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

기세를 다시 찾은 한국은 문태종과 김종규의 그림같은 2대2 플레이로 바스켓 카운트를 얻었다. 이란은 아파흐의 2득점과 하다디의 자유투 2점을 보탰다.

그러나 한국은 종료 12.7초를 남기고 완벽한 패턴 플레이에 의한 김선형의 전광석화같은 골밑돌파로 기세를 올렸다. 이란 입장에서는 두 에이스 바라미의 위력과 하다디의 부진이 롤러코스터를 가져온 2쿼터. 한국은 42-36으로 앞선 채 2쿼터를 마쳤다. 전반전 니카 바라미가 무려 21득점을 올렸지만, 이란의 공격효율성은 무척 떨어지는 모습.

●3쿼터=문태종의 완벽한 테크닉

이란은 노골적이었다. 2쿼터 중반부터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던 바라미가 초반부터 공을 잡고 하다디와 계속 2대2 공격을 했다. 첫 공격은 막았다. 양동근이 스크린을 받고 3점포를 작렬시켰다.

45-36, 9점 차 리드. 그러나 바라미는 역시 무서웠다. 2득점으로 한국의 상승세를 차단했다.

이어 오신 사하키안의 3점포와 중거리슛이 터졌다. 한국 수비가 하다디와 바라미에 집중하는 틈을 노린 이란의 노련한 패턴 플레이로 만들어낸 득점. 보이지 않은 이런 부분이 이란의 가장 큰 강점.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이란의 저력.

결국 하메드 아파흐의 골밑돌파에 의한 자유투 2개로 이란은 45-47까지 따라왔다. 오세근은 4파울.

기세가 오른 이란은 포인트가드 캄라미가 3점포를 터뜨렸다. 스틸에 의한 속공 자유투로 2점을 추가했다. 50-49로 이란이 전세를 뒤집었다.

이때 김주성은 하다디의 트레블링을 유도하는 블록슛을 했다. 다시 한국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문태종의 3점포가 연속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특히 2분14초를 남긴 뒤 문태종은 완벽한 스텝 백 3점포로 이란 수비를 완전히 벗겨냈다.

결국 1분38초를 남기고 58-56으로 역전. 그러나 이란은 집요했다. 팀 플레이에 의한 아파흐의 득점과 마사예키의 스틸에 의한 속공득점이 나왔다. 결국 58-61로 뒤진 채 3쿼터가 끝났다.

●4쿼터=완벽한 반전 드라마

시작부터 하다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4쿼터에도 이란의 패턴은 간략했다. 하다디와 바라미의 2대2 공격이 주된 패턴. 하다디의 2개의 자유투. 그러나 한국은 조성민의 3점포와 양희종의 팁 인과 반칙으로 인한 자유투로 65-63,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란의 진정한 힘이 나오기 시작했다. 2-3 지역방어로 한국의 외곽을 차단했다. 골밑에 하다디가 서면서 골밑돌파도 하기 힘들었다.

이란의 공격작업도 효율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란은 하다디가 골밑 공격리바운드에 의한 반칙으로 3점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이런 패턴으로 연속 5득점.

결국 경기종료 2분2초를 남기고 70-75, 5점 차 이란의 리드.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다디가 골밑에서 반칙을 범한 김종규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은 역설적인 상징처럼 보였다.

하지만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동근이 답답한 공격흐름을 이어갔다. 스크린을 받은 뒤 우중간에서 3점포를 터뜨렸다. 이란은 바라미의 패스를 하다디가 잡고 완벽한 2대2 공격을 성공시키는 듯 했다. 그러나 하다디의 슛은 림을 돌아 나왔다. 공격권을 되찾은 한국은 양동근의 패스를 받은 김종규의 골밑슛이 터졌다. 그리고 심판 휘슬이 울렸다.

득점인정 반칙이었다. 결국 김종규의 자유투로 한국은 다시 76-75, 역전에 성공했다. 이란은 바라미가 3점슛 중앙에서 드리블을 길게 끌었다. 그러자 한국은 기습적인 트랩으로 루스볼을 만들었다. 바닥에 구르는 볼을 김종규가 쓰러지면서 잡아냈다. 점프볼이 상황. FIBA 룰에서는 이 경우 양팀이 번갈아 공격권을 갖게 된다. 4쿼터 공격 시작을 이란이 했기 때문에 한국의 공격권.

이란은 파울 작전을 했다. 문태종이 자유투 2개를 넣었다. 그러자 이란은 경기종료 14초를 남기고 바라미가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다시 한 번 파울 작전. 문태종은 1구를 놓쳤다.

78-77, 1점차 리드, 남은 시간은 12.7초. 이란의 마지막 공격. 이란은 바라미가 스크린을 받고 3점포를 던졌지만,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다디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리고 슛을 쐈지만, 또 다시 림을 벗어났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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