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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달식과 위성우, 그들의 다음 대결이 기대되는 이유!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3-30 13:45


◇18일 오전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2013-2014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왼쪽부터),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이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3.18.

종료 버저가 울렸다. 67대66. 전날 연장전까지 치렀고 이날은 1점차 승부였기에 한쪽에선 감격이, 다른 쪽에선 아쉬움이 교차했다.

하지만 패장은 미안해하는 승장의 손을 힘있게 잡아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승장은 그런 선배의 진심을 진하게 느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우승과 준우승은 정확히 갈렸지만 2명의 승부사는 그렇게 길이남을 명승부를 펼치며 한국 여자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과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얘기다.

29일 열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은 우리은행의 극적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은행의 통합 우승 2연패가 더욱 값졌던 것은 그만큼 치열한 승부를 펼쳐준 신한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당연히 임 감독과 위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불과 2년전까지 5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던 감독과 코치, 코칭 경험으로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두 사람은 이번 시즌까지 7년간 여자농구를 제패하고 있다. 선수로선 철저히 2인자였지만, 감독으로선 당당히 1인자가 된 비슷한 인생 역정을 가지고 있기에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임 감독은 청소년대표와 명문 고려대를 거쳐 현대전자에 입단했을 때만도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수비에 일가견이 있던 임 감독은 1991년 농구대잔치 기아자동차(현 모비스)와의 결승 2차전에서 허 재(현 KCC 감독)를 전담 수비하다 폭행 사건이 일어났고, 결국 농구계를 떠나게 됐다. 이후 10년 가까이 야인으로 지내던 임 감독은 2001년 조선대 감독으로 재기, 당시 2부리그에 불과했던 팀을 1부로 승격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신한은행에서 프로무대 감독 데뷔를 했고, 이후 여자농구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임 감독은 우리은행의 우승 직후 "위 감독의 2연패를 축하한다. 훌륭한 선수를 많이 키워냈다. 앞으로도 두 팀은 계속 좋은 승부를 펼칠 것 같다"며 진심어린 격려를 보냈다.

위 감독은 대학농구의 변방인 단국대를 거쳐 1998년에 안양SBS(현 KGC)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이후 오리온스와 모비스까지 3개팀을 거치며 6시즌을 뛰는데 그쳤다. 경기당 평균 13.9분을 뛰며 평균 3.4득점을 올렸다. 철저히 식스맨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팀당 2명이 한꺼번에 뛴 외국인 선수에 밀려 좀처럼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고, 그렇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선수로서 큰 임팩트가 없었던 그에게 코칭스태프 자리를 선뜻 내줄 남자농구팀은 없었다.

여자농구로 자리를 옮긴 위 감독은 2005년 신한은행에서 이영주 감독을 보좌해 코치를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새롭게 부임한 임 감독과 함께 2012년까지 5년간 지내며 통합 5연패를 함께 일궈냈다. 위 감독은 "임 감독님께 그 때 많이 배웠다. 그 덕분에 우리은행으로 옮길 수 있었고, 선수들도 잘 조련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이 2012년 우리은행에 부임한 후 베테랑 임영희의 '대기만성'을 이끌어내고, 박혜진을 한국 여자농구의 최고 가드로 키운 노하우는 대부분 임 감독으로부터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친정팀인 신한은행을 꺾으며 '청출어람'을 보여줬다.


어쨌든 두 사람은 경기 내내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다혈질'로 유명하다. 또 완벽한 플레이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복훈련을 시키는 철저함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승부근성 뒤에는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아픈 기억을 제자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 그런 덕분에 두 팀의 선수들은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대들보로 성장했다.

임 감독은 다음 시즌 계약이 종료되지만, 신한은행에선 재계약에 대한 의지가 확실한데다 남자팀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위 감독은 2018년까지 우리은행과 함께 한다. 따라서 두 사람은 앞으로도 수년간 코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어쩌면 껄끄러운 관계이지만, 두 사람의 지도력 덕에 한국 여자농구의 근간은 계속 탄탄해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벌일 다음 시즌의 '전쟁'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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