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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버저가 울렸다. 67대66. 전날 연장전까지 치렀고 이날은 1점차 승부였기에 한쪽에선 감격이, 다른 쪽에선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 뒤에는 당연히 임 감독과 위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불과 2년전까지 5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던 감독과 코치, 코칭 경험으로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두 사람은 이번 시즌까지 7년간 여자농구를 제패하고 있다. 선수로선 철저히 2인자였지만, 감독으로선 당당히 1인자가 된 비슷한 인생 역정을 가지고 있기에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임 감독은 청소년대표와 명문 고려대를 거쳐 현대전자에 입단했을 때만도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수비에 일가견이 있던 임 감독은 1991년 농구대잔치 기아자동차(현 모비스)와의 결승 2차전에서 허 재(현 KCC 감독)를 전담 수비하다 폭행 사건이 일어났고, 결국 농구계를 떠나게 됐다. 이후 10년 가까이 야인으로 지내던 임 감독은 2001년 조선대 감독으로 재기, 당시 2부리그에 불과했던 팀을 1부로 승격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신한은행에서 프로무대 감독 데뷔를 했고, 이후 여자농구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위 감독은 대학농구의 변방인 단국대를 거쳐 1998년에 안양SBS(현 KGC)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이후 오리온스와 모비스까지 3개팀을 거치며 6시즌을 뛰는데 그쳤다. 경기당 평균 13.9분을 뛰며 평균 3.4득점을 올렸다. 철저히 식스맨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팀당 2명이 한꺼번에 뛴 외국인 선수에 밀려 좀처럼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고, 그렇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선수로서 큰 임팩트가 없었던 그에게 코칭스태프 자리를 선뜻 내줄 남자농구팀은 없었다.
여자농구로 자리를 옮긴 위 감독은 2005년 신한은행에서 이영주 감독을 보좌해 코치를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새롭게 부임한 임 감독과 함께 2012년까지 5년간 지내며 통합 5연패를 함께 일궈냈다. 위 감독은 "임 감독님께 그 때 많이 배웠다. 그 덕분에 우리은행으로 옮길 수 있었고, 선수들도 잘 조련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이 2012년 우리은행에 부임한 후 베테랑 임영희의 '대기만성'을 이끌어내고, 박혜진을 한국 여자농구의 최고 가드로 키운 노하우는 대부분 임 감독으로부터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친정팀인 신한은행을 꺾으며 '청출어람'을 보여줬다.
어쨌든 두 사람은 경기 내내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다혈질'로 유명하다. 또 완벽한 플레이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복훈련을 시키는 철저함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승부근성 뒤에는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아픈 기억을 제자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 그런 덕분에 두 팀의 선수들은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대들보로 성장했다.
임 감독은 다음 시즌 계약이 종료되지만, 신한은행에선 재계약에 대한 의지가 확실한데다 남자팀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위 감독은 2018년까지 우리은행과 함께 한다. 따라서 두 사람은 앞으로도 수년간 코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어쩌면 껄끄러운 관계이지만, 두 사람의 지도력 덕에 한국 여자농구의 근간은 계속 탄탄해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벌일 다음 시즌의 '전쟁'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