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여자 프로농구 통합 우승 2연패를 달성했다.
전날 3차전에서 연장전까지 간 두 팀의 경기답게 1쿼터는 일진일퇴의 공방이었다.
3차전에서 나란히 부진했던 양지희와 임영희가 각각 6득점, 4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와 최윤아의 3점포로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27-24로 우리은행의 미세한 리드가 이어진 2쿼터 중반 변수가 발생했다. 신한은행 비어드가 심판판정에 불만을 표시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며 자유투 2개를 헌납한 것. 여기서 임영희의 3점포와 굿렛의 골밑슛으로 우리은행은 순식간에 7점을 달아났다. 또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판정에 항의하다 또 다시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며 자유투 2개로 점수는 36-24, 12점차까지 벌어졌고 이는 전반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항의로 인해 4점이나 내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석연치 않은 판정이 다수 눈에 띄었다. 명승부에서 나온 큰 옥에 티였다.
우리은행은 48-38로 앞서던 3쿼터 종료 6분여 양지희가 4파울로 벤치로 들어가며 위기를 맞았다. 이러는 사이 신한은행은 최윤아 비어드 곽주영의 득점이 이어지면서 48-53, 6점차까지 추격했다.
신한은행의 추격세는 4쿼터 내내 매서웠다. 김연주와 김규희의 3점포 등을 앞세워 조금씩 점수차를 좁힌 신한은행은 종료 1분26초를 남기고 김연주의 3점포가 다시 터지며 64-67로 쫓아갔다. 이어 39초를 남기고 비어드의 미들슛까지 터지며 66-67, 승부는 예측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6.7초를 연장전까지 치른 3차전의 4쿼터 막판 경기 양상과 비슷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았고, 김규희가 3초를 남기고 3점포를 쏘았지만 이 공이 림을 맞고 떨어지며 결국 역전에 실패했다. 우리은행은 이승아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했지만,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치열한 승부를 마감지었다.
우리은행은 통합 2연패를 달성하며 당분간 여자농구를 제패할 기반을 확실히 다졌다.
4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다 지난 시즌 깜짝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신선한 자극을 줬던 우리은행은 올 시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티나 탐슨이라는 '해결사' 덕을 많이 봤다.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국내 선수들이 경기 내내 압박 수비를 펼치면, 티나가 확실한 득점을 올리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1라운드에 뽑았던 니콜 포웰이 개인사정으로 팀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2라운드에서 뽑은 사샤 굿렛과 교체선수 노엘 퀸으로 한 시즌을 버텨냈다. 두 선수는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냈지만 KB스타즈의 모니크 커리, 신한은행의 쉐키나 스트릭렌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국내 선수들의 기량 발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6년차 가드 박혜진은 뛰어난 경기 리딩능력과 함께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위기 때마다 구해냈다. 박혜진은 정규리그에서 팀을 1위로 이끌며 사상 첫 MVP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에 올랐던 베테랑 임영희도 녹슬지 않은 슛감을 뽐내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특히 챔프전 1~2차전에서 22득점씩 올렸고, 승부가 갈린 4차전에서도 가장 많은 18득점을 넣으며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 임영희는 75표 가운데 72표를 받으며 챔프전 MVP에 뽑혔다.
게다가 챔프전에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퀸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시즌 내내 한 두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번갈아 가며 승리에 기여한 것은 우리은행이 그만큼 강팀이라는 것을 입증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은행이 이 영광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은 많다. 박혜진은 이제 20대 중반에 불과, '롱런'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임영희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양지희도 30대가 되면서 세대교체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가드 이승아는 기량 발전이 정체된 느낌이다. 이은혜 최은실 등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풀타임을 맡기기 힘들다. 이날 맞대결 상대인 신한은행이 8~9명의 선수를 폭넓게 활용하는 것에 비해 우리은행의 선수 기용폭은 아직 좁다.
여기에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각 팀들이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면서, 상하위팀들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압승을 거둔 경기가 별로 없을 정도로 거의 매번 접전을 펼쳐야 했다. 따라서 내년에도 통합 우승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 만년 꼴찌팀이었던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의 통합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여자농구를 제패했던 우리은행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안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