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와는 달랐다. 한마디로 완벽했다.
SK 추격을 원천차단했다. 2쿼터 3분부터 줄곧 12점 차 이상 리드를 잡으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SK는 경기종료 3분 전부터 백업 선수를 기용하며 2차전을 대비했다.
모비스가 완승을 거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동근의 존재감과 '만수' 유재학 감독의 완벽한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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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SK 문경은 감독은 칼을 갈고 나온 듯 했다. 지난 시즌 챔프전 4전 전패의 뼈아픈 기억. 문 감독은 "최고의 팀(모비스)과 최고의 감독(유재학)을 상대해야 하지만, 부담을 느끼는 건 오히려 유 감독님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비스 공격은 양동근이 시발점이다. 박승리를 양동근 매치업으로 붙일 것"이라고 했다. 혼혈선수 박승리는 1m98의 큰 키에 스피드가 뛰어난 수비력이 강한 선수. 양동근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카드다.
SK는 15-22로 뒤지던 2쿼터 2분10초에 박승리를 투입했다. 그런데 모비스의 역공이 있었다. 수비를 2-3 지역방어로 바꿨다. 박승리가 들어오면서 SK는 가드를 한 명밖에 쓸 수 없다. 원 가드의 약점은 경기운영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데 있다. 즉, 지역방어를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없다. 유 감독은 이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결국 박승리를 투입했지만, 공격에서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2쿼터 2분27초를 남기고 양동근은 박승리를 상대로 날카로운 골밑돌파를 성공시켰다. 결국 모비스의 기민한 수비변화가 SK '박승리 변수'를 제어한 것이다.
SK 문경은 감독은 "적재적소에 유 감독님이 지역방어를 쓰는 걸 보고 또 하나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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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쿼터 7분50초를 남기고 SK는 3-2 드롭존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모비스는 더욱 원활하게 SK의 드롭존을 공략했다.
그 중심에는 양동근이 있었다. 두 차례 패스로 양동근에게 완벽한 찬스가 났다. 3점포가 폭발했다. 2쿼터 3분38초를 남기고도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양동근이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자, 수비가 쏠렸다. 양동근은 그대로 중앙 문태영에게 패스, 3점슛으로 연결했다. SK가 2쿼터 막판 2-3 지역방어로 변화를 줬지만, 모비스의 패스게임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전반전 43-26, 17점 차 모비스의 리드. 기민한 패스와 경기운영능력에 미세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양동근은 이날 포인트가드로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3쿼터 초반부터 SK는 풀코트 프레스로 수비를 바꿨다. 하지만 모비스는 여유가 있었다. 앞선 2명의 가드들이 교대로 컷-인 플레이를 하면서 2~3차례의 패스로 수월하게 하프라인을 넘었다. 결국 SK의 풀코트 프레스도 소용없었다.
이유가 있다. 2008~2009시즌 모비스는 깜짝 우승을 했다. 양동근은 군에 입대. 당시 주전 포인트가드는 김현중이었다. 그런데 김현중마저 다쳤다. 제대로 된 포인트가드가 없었던 모비스는 당시 상대의 풀코트 프레스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자 유 감독은 해결책으로 2~3차례의 패스로 하프라인을 돌파하는 포메이션을 만들었다. 결국 발전과 변형을 거듭해 모비스의 주요 전술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당연히 준비된 부분. 결국 SK는 후반전 변변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