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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흐름의 경기다. 아무리 앞서가더라도 잠시만 방심해 흐름을 내주면 금세 상대에게 뒤집힐 수 있다. LG의 방심이 SK의 집중력에 졌다. '마지막 4초', 승패가 뒤바꾸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 SK가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있었다. SK는 이번 시즌 LG에 1승3패로 고전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3경기에서 내리 졌다. 특히 지난 15일에 열린 시즌 네 번째 대결에서는 75대88로 13점차 대패를 당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큰 맞수와의 대결에서 이렇게 밀리면 선수단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홈에서 LG전 3연패를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의지로 SK는 단단히 뭉쳐있었다. LG 역시도 6연승의 좋은 흐름을 타고 있어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다.
3쿼터는 다시 SK의 반격. SK는 김민수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연뒤 박상오와 심스의 골밑 공격으로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SK가 55-54로 1점 앞선채 마지막 4쿼터가 시작됐다. 4쿼터 초반은 LG가 주도했다. LG 외국인 선수 제퍼슨이 연속 2개의 덩크슛을 터트리며 상대의 기를 꺾었다. 이어 제퍼슨은 8분10초 경 골밑 돌파에 이은 2점슛으로 60-59로 재역전을 만들어냈다.
LG는 이후 유병훈의 2점슛과 제퍼슨의 연속 4득점, 조상열의 3점슛까지 합쳐 SK에 69-62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 때가 종료 4분30초 전. 하지만 LG의 집중력은 여기까지였다. SK는 '해결사' 헤인즈의 자유투 2개와 변기훈의 3점슛으로 2점차까지 따라붙었다. LG 김종규가 2점슛을 성공했지만, 헤인즈가 또 자유투를 얻어내 2개를 모두 넣었다.
그래도 LG는 종료 30초전까지 73-70으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헤인즈의 자유투 실력을 간과했다. 헤인즈는 이 시점부터 4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했다. 특히 71-72로 뒤지던 종료 4초전 LG 문태종의 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리바운드를 따낸 헤인즈는 상대 코트로 치고나가 파울을 이끌어냈다. 팀 파울에 걸려있었지만, LG로서는 헤인즈의 자유투 실패를 노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4.4초에서 얻어낸 2개의 자유투. 헤인즈는 승부사답게 이걸 모두 성공했다. SK가 LG전 3연패를 벗어난 순간이다.
한편, 전자랜드는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1쿼터부터 고감도 슛 성공률을 이어간 끝에 96대69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자랜드는 KT와 공동 4위가 됐다. KCC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삼성을 맞이해 무려 46득점을 기록한 윌커슨을 앞세워 84대78로 승리, 5연패를 탈출했다. 삼성은 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잠실학생체=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