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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하나외환은 '고춧가루 부대'다. 하나외환은 지금 최하위 6위(25일 현재)다.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 KB스타즈와의 승차는 4.5게임 난다. 하나외환은 남은 14경기에서 기적 같은 승률을 기록할 경우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능성만 놓고 보면 앞으로 하나외환의 역할은 갈길 바쁜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하나외환은 이달에만 선두 우리은행(69대67) 2위 신한은행(58대56) KDB생명(74대62)을 차례로 제압했다. 한마디로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하나외환이 꺼내든 전면 압박 수비에 KDB생명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KDB생명은 턴오버 20개를 남발했다. 전면 압박 수비는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경우 사용하기 힘든 카드다.
조동기 하나외환 감독은 돌파구로 강한 수비를 준비했고, 그것이 통했다. 김정은과 나키아 샌포드 이외에는 득점력을 갖춘 선수가 없기 때문에 공격으로는 더이상 해답이 없었다.
강한 수비로 상대의 득점을 60점대로 떨어트리지 않을 경우 승산이 없었다. 공격은 그 다음 문제였다.
하나외환이 그동안 부진했던 건 특정 선수에게 지나칠 정도로 의지했기 때문이다. 김정은과 외국인 선수(나키아, 이파이)만 쳐다봤다. 다른 팀에선 하나외환을 상대할 때 편할 수밖에 없었다.
가드 김지현 박하나, 센터 이유진 등의 득점 지원이 아쉬웠다. 조금만 거들어주어도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풀 수 있었다. KDB생명전에서 김지현은 16득점, 박하나는 14득점을 보탰다. 김정은 이파이까지 총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조동기 감독은 "오늘은 우리 선수들이 100점짜리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나외환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지금 고춧가루 부대에 만족하지 않고 위로 치고 올라가려면 KDB생명전 같은 경기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돌파구는 먼데 있지 않았다. 몸이 힘들어도 한발 더 뛰는 압박 수비가 왜 필요한 지를 그들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상위권팀들은 남은 경기에서 하나외환을 만나도 당황해선 안 된다. 놀란다면 질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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