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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문을 통과하자 또 다른 관문이 서 있는 느낌이다.
LG는 김시래 문태종의 영입, 김종규의 가세로 인해 일약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력만 갖춘다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력과 함께 더욱 깊은 의미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만 우승까지 가능하다. 예전 동부가 그랬고, 모비스가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LG는 불안했다. 시즌 초반 김시래 문태종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숙제였다. 그리고 김종규가 뒤늦게 가세했다. 이번에는 김종규와 팀의 결합이 필요했다.
승부처에서 문태종에 대한 의존도가 생겼다. 김영환과 기승호가 적절하게 뒷받침을 해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LG는 중위권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LG는 이런 딜레마를 일정정도 해결했다. 김영환이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했다. 결정적으로 제퍼슨이 리그에 적응하면서 위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탄력을 받은 LG는 5연승 중이다.
문제는 여전히 불균형이 있다는 점이다. 23일 KCC전이 끝난 뒤 LG 김 진 감독은 불같이 화를 냈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졸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동안 많은 칭찬을 했던 김시래와 김종규, 그리고 젊은 선수들에 대해 비판을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전 46-30, 16점차로 앞선 LG는 4쿼터 프로답지 않은 실책을 여러차례 유발했다. 결국 벼랑 끝까지 몰렸다. 경기종료 직전 75-72로 앞선 상황에서 KCC 임재현에게 완벽한 오픈 3점슛 기회를 내줬다. 파울로 끊어야 했지만, LG 수비의 미스였다. 전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집중력의 부족이었다. 임재현의 슛은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연장에 들어갔다면 질 확률이 높은 경기였다. 분위기가 그랬다. 경기 전 허 재 KCC 감독은 "모비스, SK, LG 등 빅3는 정규리그 1위로 오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제 중, 하위권팀에게 패하는 것은 2패 이상의 데미지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LG로서는 한 게임 한 게임이 중요하다.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면, LG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악영향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연승 도중 이런 졸전이 발생됐다는 점이다.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된 상황. 젊은 선수들은 두 가지 선택이 다가온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뿜어낼 수 있다. 반면,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 경기력 자체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LG의 젊은 선수들은 후자였다. 한마디로 승리의 달콤한 열매에 일시적으로 취해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의미. 때문에 정규리그 레이스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뻔 했다. 데이본 제퍼슨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이 화를 낸 핵심이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