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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문경은 감독은 현역 시절 '람보' 슈터로 불렸다. 연세대 재학 시절 헐리웃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을 닮은 얼굴로 무섭게 외곽포를 쏘아대자 팬들은 그에게 영광스러운 별명을 붙여줬다.
90~2000년대 한국농구 슈터의 계보를 이었던 '전설' 중 한 명이 바로 문 감독이었다. 프로에 데뷔해서도 여러가지 기록을 세웠다. 특히 3점슛 관련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문 감독은 통산최다 3점슛 1669개, 한 경기 최다 3점슛 22개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통산 기록 2위는 우지원(SBS스포츠 해설위원·1116개), 3위는 SK 주희정(1059개)이다. 우지원은 은퇴를 했고, 주희정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나이라 문경은의 통산 3점슛 기록은 적어도 10년 이상 '난공불락'으로 군림할 것으로 보인다.
후배 KT 조성민이 최근 문 감독의 기록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성민은 지난 19일 KGC와의 경기에서 자유투 8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48개 연속 성공 행진을 이어갔다. 문 감독의 기록에 4개차로 따라붙었다. 오는 24일 오리온스와의 홈경기에서 새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날 조성민의 자유투 기록 소식을 들은 문 감독은 "농구 후배로서 조성민이 좋은 활약으로 내 기록을 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감독은 자유투에 관한 자신의 선수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문 감독이 자유투 연속 성공 기록을 세운 것은 SK 시절이었다. 지난 2008년 12월6일부터 2009년 11월14일까지 두 시즌에 걸쳐 52개의 자유투를 연속으로 림에 꽂았다. 문 감독은 "당시 자유투 성공률이 94%가 넘었다. 120몇개를 던졌는데 딱 4개만 실패했다. 그것도 한 경기에서 4개를 다 못 넣은 것이었다. KT&G와의 경기였는데, 3점슛을 쏘다 파울을 얻어 자유투 3개를 던졌다. 이상하게 하나도 안들어가더라. 또 자유투 1개를 얻었는데 그것도 림을 외면했다"고 소개했다.
문 감독은 선수 시절 자유투를 림에 직접 넣지 않고 백보드를 맞히고 넣는 '뱅크슛'을 던진 것으로 유명했다. 문 감독은 "삼성 입단후 자유투를 던지면 림 뒤쪽에 맞고 나오길래 한 발짝 뒤에서 던지려고 했는데 웬지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그때 고 김현준 선배가 백보드를 맞혀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때부터 백보드를 맞혔는데 잘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문 감독은 "그때는 자유투를 백보드를 맞히고 넣으면 건방지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처럼 백보드를 맞히고 넣는 선수가 변기훈 김동우 등이 있는데, 공의 회전력 등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가장 맞은 방법을 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 감독은 조성민의 자유투 성공 행진과 관련해 "후배가 좋은 활약으로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그래도 3점슛은 영원이 안깨질 것이다. 난 3점슛 하나면 된다"며 활짝 웃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