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애런 헤인즈가 5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상위권을 형성하는 '빅3'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
모비스는 12월31일이 뼈아팠다. 고양 오리온스전. 3쿼터 한 때 15점차까지 벌렸다. 모비스의 경험과 안정감을 볼 때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뒤집혔다.
올 시즌 모비스는 이런 경우가 많다. 정확한 패턴과 정밀한 수비 조직력, 그리고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고 몰아부치는 힘이 인상적인 모비스였다. 지난 시즌까지 그랬다.
하지만 올 시즌 모비스는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현상이 나타난다. 1~2차례가 아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항상 팀에 대한 비판으로 "10점 이상 리드를 하고 있을 때에도 승부처가 있다.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 득점을 하면서 완벽하게 흐름을 가져와야 하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올 시즌 유난히 그런 점이 약해졌다. 원인을 모르겠다. 분석 중"이라고 했다.
유 감독 말대로다. 사령탑들이 보는 점수 승부처는 분명 있다. 보통 5~6점 앞서 있을 때 10점 이상 앞설 수 있는 타이밍, 10점 이상 앞서고 있을 때 15점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상대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끊어놓는 타이밍이다. 이런 승부처 타이밍 싸움에서 승률이 높은 팀을 전문가들은 '강팀'이라고 한다.
모비스는 첫번째 승부처는 통과하지만, 두번째 승부처에서 걸리는 일이 많다. 왜 그럴까.
'만수'나 베테랑 양동근도 정확한 이유를 얘기하지 못한다. 당연히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할 수 없다. 다만, 몇가지 요인들은 분명히 있다.
예전 양동근의 수비력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 전문가는 '마치 코트를 쓸어담는 듯 하다'는 표현을 썼다. 바닥을 구르는 '루스볼'은 거의 양동근의 차지였다. 함지훈 역시 눈에 띄진 않지만, 활동폭이 넓은 수비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폭이 미세하게 좁아진 느낌이 있다.(물론 여전히 양동근은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지녔고, 함지훈 역시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 약 10cm가량의 미세한 수비범위의 차이가 모비스의 조직적인 수비에 약간의 균열을 내고 있다. 문태영이나 로드 벤슨 역시 노장들이다. 예전에는 양동근과 함지훈이 팀동료의 수비약점까지 충분히 커버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지금은 미세하게 부족하다. 이 부분을 양동근은 알고 있는 듯 하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그는 "나도 이제 늙었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말 속에 힌트가 있다. 게다가 양동근의 백업 역할을 해야 할 김종근의 부진으로 양동근의 체력부담이 극대화된 측면도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이대성이 등장하면서 톱니바퀴같은 모비스의 수비 조직력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 4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기성 해설위원은 "4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대성이 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모비스 수비 조직력의 무뎌짐까지 겹치면서, 모비스의 수비는 올 시즌 많이 들쭉날쭉했다. 결국 상대팀에 대한 추격의 빌미를 줬다. 이 과정에서 최근 3년간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한 모비스 선수들의 매너리즘도 약간은 녹아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유재학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력의 기복에 대한 모비스의 대처는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우선 이대성이 모비스 수비에 점점 녹아들어가고 있고, 문태영과 함지훈을 번갈아 기용하면서 수비 폭을 넓힌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어차피 모비스는 플레이오프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모비스 우승 행보의 관건이다.
|
LG가 오프시즌 문태종을 데려온 이유는 명확했다. 김시래 박래훈 유병훈 조상열 등 잠재력 높은 신예들이 많다. 김영환과 기승호가 있지만, 그들이 신예선수들을 이끌면서 에이스 역할을 해주기는 확률상 쉽지 않았다. 결국 레벨이 다른 독보적인 클러치 능력을 가진 문태종을 데려왔다. 전력강화를 위한 LG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여기에 LG의 숙원인 김종규까지 선발하면서 LG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확실히 우승 전력이 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LG는 확실한 우승후보는 아니다. 지금 상태라면 SK나 모비스가 우승에 더욱 근접해 있다. 진정한 강팀은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 때 한 단계 더 성장한 경기력을 가지고 임한다. 소위 말하는 'PO 버프'다. 결정적으로 LG는 숨막히는 플레이오프 경험이 별로 없다.
때문에 LG가 우승확률을 높히기 위해서는 정규리그에서 몇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3연패의 과정은 문제 해결을 역행하는 모습이다.
핵심은 전체적인 경기에서 문태종의 의존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3연패의 과정에서 문태종은 25분 이상을 뛰었다. 평균 16.3득점을 했다. 올 시즌 32게임에서 평균 27분14초를 뛰면서 13.6득점을 했다. 즉, 정규리그 2/3 지점에서도 문태종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승부처에서 유난히 강하다. 수많은 경기를 통해 입증했다. 때문에 한 전문가는 "LG가 큰 경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문태종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이라고 했다. LG는 기승호 김영환 등 문태종 역할을 할 선수들이 많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문태종의 역할을 20분 내외를 뛰면서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 동시에 큰 경기에서 LG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여전히 기승호와 김영환의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문태종은 1~4쿼터 내내 경기 분수령에서 의미있는 득점을 뽑아내고 있다. 결국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문태종이나 LG 입장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LG 김 진 감독도 이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 보지만 아직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진 못하고 있다.
문태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김영환 기승호 뿐만 아니라 LG에 포진해 있는 젊은 가드들이 승부처에서 의미있는 활약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최근 3경기에서 그 부분은 너무나 약했다. LG는 김종규와 메시, 그리고 제퍼슨이 있다. 당연히 외곽의 시너지 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은 의미있는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숨막히는 승부처에서 미세한 수비의 약점들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큰 경기에서 믿고 출전시키기 어렵다. 즉, 문태종의 의존도는 큰 경기에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LG는 여전히 매력적인 팀이다. 잠재력이 뛰어난 좋은 자원들이 많다. 전력, 노련함, 경험, 센스 등 객관적인 요소들이 성적과 직결되는 게 사실. 하지만 강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젊은 선수들의 발전과 베테랑과의 조화 속에서 나타나는 '거침없는 상승세'다. 2000년대 중반 모비스가 그런 트렌드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KGC(2011~2012), SK(2012~2013)가 그런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LG는 갈림길에 서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