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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겨도, 저쪽이 이겨도 좋습니다. 진심입니다."
KGC는 이날 경기 전까지 동부와 함께 공동 최하위였다. 하지만 단순한 꼴찌팀이 아니었다. 최근 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특히, 팀의 주축인 오세근과 김태술의 컨디션이 점차 올라오는 중이었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웬델 맥키네스까지 가세했다. 유 감독은 "KGC는 충분히 리그 후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팀"이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특별한 건 없다"며 상승세의 KGC를 만난게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눙구계의 대인배다운 발상이었다. 유 감독은 "우리가 이기면 이겨서 좋은 것이고, 저쪽이 이기면 농구판이 더욱 재미있어질 수 있으니 좋다"며 "맨날 이길 수 있나. 져도 괜찮다"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농담은 농담일 뿐이었다. 모비스는 갈 길 바쁜 KGC를 봐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양팀은 3쿼터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어느 팀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경기였다. 모비스는 문태영과 로드 벤슨의 내외곽 공격을 앞세워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보여줬다. 최근 경기력이 급상승하고 있는 KGC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열세라고 예상되던 골밑 싸움에서 숀 에반스와 오세근이 분전하며 상대에 맞불을 놨다.
경기를 마무리한 것도 양동근이었다. KGC가 종료 40여초를 남기고 2점차에서 파울 작전을 시도했다. 양동근이 공을 잡고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1구 실패. 2구마저 놓친다면 큰일날 뻔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2구를 성공시켰다. 67-66 상황서 KGC는 또다시 파울작전을 썼다. 또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차분하게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KGC는 마지막 공격에서 이렇다할 슛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