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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우승]모래알을 바꾼 건 SK 정신이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3-09 17:56


이게 SK의 정신이다 용인=노주환 기자

남자 농구 SK는 지난 10년 동안 '모래알'이란 치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신선우 김 진 김태환 등 기라성같은 감독들이 거쳐 갔다. 방성윤(은퇴) 김태술(KGC) 문경은(은퇴) 등도 SK의 팀 컬러를 바꾸지 못했다. SK는 지난 10년 동안 딱 한번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김 진 감독 시절이었던 2007~08시즌 정규리그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암흑기 시절의 SK는 하나의 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팀은 패해도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졸전이 이어져도 뿔뿔이 흩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자기 일 하기에 바빴다. 후배들에게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는 선배도 없었다. 또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후배도 찾기 어려웠다.

문경은 SK 감독은 선수 말년 SK 선수단의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는 "제가 주장을 했었지만 제대로 후배들을 이끌지 못했다. 당시는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잘 해주는게 좋은 주장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때의 실패가 사령탑으로 변신한 문 감독에게 약이 됐다.

문 감독은 지난 2011년 4월, 신선우 감독에 이어 SK 지휘봉을 잡았다. 정식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이었다. 2011~12시즌 SK는 9위였다. 문 감독대행과 전희철 코치 조합이라고 별 수 없었다. SK는 그 모습 그 대로였다.

SK 수뇌부는 약 1년 전 사령탑 선임을 두고 고민한 끝에 문경은을 다시 선택했다. 대행 꼬리표를 떼주었다. 문경은 감독을 통해 SK의 고착화된 나쁜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SK 나이츠의 용인 숙소 로비엔 SK 정신이 새겨져 있다. '나는 프로다. 내가 SK 나이츠다. SK 나이츠는 우리다. 우리는 하나다. 같이 하는 도전. 함께 나누는 행복.'

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인'이 아닌 '우리'를 강조했다. 벤치멤버인 이현준을 파격적으로 주장으로 선임했다. 문 감독은 이현준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 이현준은 코트 밖에서 선수들을 자주 불러 모았다. 이현준을 중심으로 선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경기 내용은 물론이고 사적인 집안일 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갖고 있었던 보이지 않았던 벽이 무너졌다.

지난 시즌 실패를 맛본 문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단 조각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목표는 우승이 아닌 6강 플레이오프에 맞췄다.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 한 시즌이 아니라 길게 봤다. 2년차 김선형을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보직 변경했다. 삼성, 모비스, LG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를 선택했다. 우승 DNA를 갖고 있는 베테랑 박상오와 김동우를 각각 KT와 모비스에서 영입했다. 신인 빅맨 최부경에게 궂은 일을 맡겼다. 백전노장 주희정, 슈터 변기훈 등은 든든한 식스맨으로 준비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런 SK를 시즌 전 6강 언저리 정도로 예상했다. 그랬던 SK는 1997년 팀 창단 이후 16년 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대 사건으로 국내 농구사에 기록됐다. 문 감독은 SK의 오랜 갈증을 해소시켰다.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SK가 가장 듣기 싫었던 '모래알' 얘기를 지워버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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