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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는 '농구판의 LG트윈스'란 말을 들었다. 초호화 스타군단, 서울을 홈으로 쓰는 최고 인기구단, 홈팬들의 열렬한 지지. 하지만 매년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반짝하다 떨어진다며 LG가 들었던 'DTD(Down Team is Down)'라는 신조어까지 들어야만 했다.
올시즌도 비슷한 패턴일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개막전에서 전자랜드에 1점차로 석패한 뒤 5연승을 내달리며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하지만 이번엔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매년 "올해는 다르다"를 외쳤지만, 이번엔 정말 달랐다. 무시무시한 연승 행진이 계속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여기엔 '대행' 꼬리표를 뗀 신임 문경은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현역 시절 대스타 출신이지만, 초보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와 소통으로 팀을 하나로 단단히 결집시켰다. SK에 가장 필요한 게 팀 체질 개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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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마다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 밥도 각자 먹고 운동도 각자 준비하는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일차적으로 게으름이 없어졌다. 또한 피곤하지만, 아침부터 같이 얼굴을 보면서 밥도 함께 먹으니 자연스레 대화가 늘었다.
서로 얼굴 보고, 말을 하고, 웃는 모습.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당연한 말을 떠올려보면, 기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기본을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SK 전력에 최적화된 전술을 펼친 것 역시 큰 힘이었다. 중심을 잡아줄 센터 대신 4명의 포워드를 쓰는 전술을 꺼내들었다.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자연스레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었다.
지난 시즌 잦은 수비 로테이션에도 역효과만 컸던 걸 느낀 코칭스태프의 새로운 복안이었다. 스피드가 있고 신장이 큰 포워드들을 전면 배치해 리바운드 포지션을 좀처럼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이 포워드진을 활용한 3-2 지역방어 역시 효과적이었다. 상대 앞선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이 지역방어의 앞선에 헤인즈나 박상오, 김민수 등을 배치해 골밑과 외곽을 활발히 오가게 했다. 수비가 성공하거나, 상대의 슛이 실패했을 때는 한쪽 날개에 있던 김선형이 어느새 달려나가 속공으로 연결시킨다.
이 패턴이 몇 차례 반복되면,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 폭발적인 공격력에 수비, 리바운드까지 해결된 것이다. 포인트가드로 변신했지만, 게임 리딩이 약한 김선형에게도 안성맞춤인 전술이었다.
SK 농구는 정말 달라졌다.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이 그 결과물이다. 이제 남은 건 단기전이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통합우승을 이루는 게 SK의 궁극적 목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