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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WKBL) 안산 신한은행이 용인 삼성생명을 잡고 5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선두 춘천 우리은행을 한 경기 차로 추격했다.
앞서 선두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탈꼴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천 하나외환과의 부천 원정경기에서 56-62로 패했다. 이날 승리했을 경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던 우리은행(23승10패)은 이로써 또 다시 정규리그 우승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날 하나외환전에 앞서 15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가졌던 구리 KDB생명과의 홈경기에서 보여줬던 우리은행의 고감도 야투 성공률과 빠르고 악착 같은 수비를 이날 하나외환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 경기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위태로운 선두를 지키고 있는 선수와 선두에서 달리는 선수 뒤쪽에 바짝 붙어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을 노리는 2위 선수의 입장이 바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현 상황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앞서 가정해 본 상황이라면 누가 유리할까?
어느 쪽이 확실하게 유리하다고 단정짓기는 곤란하겠지만 그 동안 수 많은 쇼트트랙 경기를 지켜봐 온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2위 선수의 우승가능성이 선두에 있는 선수보다 결코 낮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두 선수의 기량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2위 선수가 더 유리하다고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쫓는 자' 신한은행과 '쫓기는 자' 우리은행의 숨막히는 추격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2위 신한은행이 최근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오는 동안 선두 우리은행은 최근 5경기에서 단 1승 만을 거뒀을 뿐이다. 신한은행은 마지막 스퍼트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고, 우리은행은 레이스 얼마 전까지 거침없는 레이스로 멀찌감치 벌려놓은 거리를 까먹다가 이제 거의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1일 청주 KB스타즈와의 청주 원정경기와 24일 신한은행과의 안산 원정 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신한은행은 23일 KDB생명과의 구리 원정경기와 24일 우리은행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기세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신한은행의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규리그 우승가능성은 여전히 우리은행이 높다고 볼 수 있다.
21일 청주 KB스타즈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은행은 WNBA 올스타전 참석을 이유로 팀을 떠났던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이 다시 경기에 나서는 데다 팀 전체적으로도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나오겠지만 KB스타즈가 내부적으로 우리은행과 100% 전력으로 싸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결정된 현 시점에서 KB스타즈는 국내파 주전 선수들에 대한 체력안배가 최우선 과제다. 다른 팀들과는 달리 '먹튀' 외국인 선수 리네타 카이저의 태업으로 변연하, 정선화, 정미란 등 국내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KDB생명에게 20점 가까운 차이로 대패한 것도 주전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고려해 주로 2진급 선수들을 출전시켰던 이유가 컸다.
하지만 오는 21일 우리은행전이 신임 서동철 감독의 WKBL 데뷔전이고, 주초에 휴식을 취한 뒤 경기를 치르는 홈경기인 데다 최근 합류한 외국인 선수 사샤 굿렛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KB스타즈가 호락호락하게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제물이 되려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주전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다.
만약 이날 우리은행이 KB스타즈에게 패한다면 24일 안산에서 신한은행과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우리은행은 더욱 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역전 우승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전날 구리에서 KDB생명과 경기를 치른 후 그 다음날인 24일 곧바로 우리은행과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은 물론, 주축 선수들의 부상재발에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우선 올시즌 WKBL 타이틀 스폰서인 KDB생명이 리그 꼴찌를 면해보고자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임을 감안해 본다면 23일 구리 KDB생명전 승리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극심한 체력 소모가 예상된다.
여기에 바로 다음날 리그 우승을 놓고 우리은행과 맞붙는 일정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가드 김규희의 고속 성장세와 조은주, 곽주영, 로빈슨 등 이적생들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은 호재이나 최윤아와 하은주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두 경기를 연속으로 무리해서 치른다면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이 상황적으로나 기세 면에서 우리은행을 추월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정규리그 막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그리고 이들과 경기를 앞둔 팀들의 대내외적인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실적으로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