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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남' 김일두, 아내 출산 예정일에 벤치 지킨 사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1-02 08:47 | 최종수정 2013-01-02 08:47



KGC 의리남 김일두, 아빠로서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프로선수로서의 책임감도 중요했던 새해 첫 날이었다.

KGC 김일두에게서는 항상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보면 투사와 같지만, 코트 밖에서는 늘 활발한 성격을 자랑한다. 무릎부상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김일두지만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김일두는 밝은 모습으로 여기저기 새해 인사를 건넸다.

그런 김일두에게 말못할 고민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이날은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1세 연상의 아내 정혜선씨의 출산 예정일이었다. 오전부터 아내의 진통이 시작됐지만 초산에 자연분만이라 아기가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편으로서, 아내와 태어날 아기가 걱정돼 곁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건 당연했다. 더군다나 김일두는 수술을 앞두고 있어 경기에 출전할 수도 없었다. 이상범 감독도 김일두가 병원에 간다고 하면 허락을 해줄 참이었다. 하지만 김일두는 동료들과의 의리를 지켰다. 그는 경기 시작부터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이 감독은 "팀이 3연패에 빠져있고, 자신이 팀내 고참급에 속하다보니 책임감을 느낀 것 같다"며 "수술을 앞두고 있어 병원에 가봐도 될텐데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패의 늪에 빠져있는데다 지난달 29일 창원 LG전에서 욕설 논란에까지 휘말린 KGC였다. 안그래도 분위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팀 분위기를 흐뜨리면 안된다는게 김일두의 생각이었다.

"아내 걱정에 경기가 제대로 보이겠는가"라고 말한 이 감독의 말과는 달리 김일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KGC는 전자랜드에 2점차로 아쉽게 패하며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

김일두는 그렇게 경기를 마친 후에야 아내가 있는 병원에 가볼 수 있었다. 그는 "신호는 계속 오는데 아기가 나오지 않는다. 계속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2013년 새해둥이가 탄생하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KGC 선수단은 2일 오전 부산으로 떠나야 했다. 3일 열리는 KT와의 원정경기를 위해서다. 주변에서는 "김일두가 부산에까지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김일두는 "마음 같아서는 정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원정길은 아내와 새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포기하기로 했다. 경기를 뛸 수 있다면 프로선수로서 당연히 원정길에 올랐겠지만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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