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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등록 원지승, 1m67 농구선수로 사는 법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20:15 | 최종수정 2012-09-27 10:25



'농구 선수'의 상징? 장신이다. 농구 선수 중에서 작은 축에 속한다 해도 일반인 보다는 훌쩍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식 파괴 선수도 있다. 일반 성인 남자 사이에 끼어도 아담해 보이는 키의 농구 선수.

모비스 신인 가드 원지승(23·1m66.5)이다. 그는 프로 무대에 서기도 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작은 키가 화제가 됐다. 올시즌을 준비중인 모비스 선수단 내에서 매스컴의 관심을 특히 많이 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주위에서 '최고 스타보다 더 인터뷰를 많이 한 것 같다'고까지 말을 할까. 본인은 살짝 부담스럽다. "키보다 실력으로 주목받아야 한다. 작은 키가 핸디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고 캠프에 임했다. 보람이 있었다. 26일 꿈에 그리던 1군 선수로 등록됐다. "이전까지 엔트리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역대 프로농구 최단신 기록이다. 그를 보면 작은 키를 유머 코드로 삼으며 인기를 얻고 있는 모 개그맨이 떠오른다. 원지승도 '이 정도 실력이면 키 작아도 1군에서 활약해도 되잖아'라고 당당히 외칠만큼 장점이 수두룩하다. 키가 작다는 사실이 무조건 단점만 될 수는 없다. 장대숲 사이를 헤치고 저공비행하는 낮고 빠른 드리블, 한 템포 빠른 패싱 능력은 가드로서의 큰 매력이다. '특급 가드' 출신 유재학 감독은 "키가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패싱력, 기동력 등 장점이 많은 선수다. 1군 선수들과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원지승 발탁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작은 키로 인한 불안감은 수비다. 1대1 매치업에서의 불리함. 수비하는 자신을 앞에 두고 벌이는 상대 가드의 과감한 골밑 공격은 원지승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상황은 조금 유리해졌다. "우리팀 장신 선수들이 골밑을 지키고 있으면 상대 가드가 포스트업으로 들어갈 수 없을테니까요. 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고요. 스피드를 더 늘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삶에 있어 중요한 선택은 의외로 단순한 동기 속에 이뤄진다. 원지승 역시 그랬다. 김해 동광초등학교 시절, 운동에 남다른 소질이 있던 그는 당초 육상 선수였다. 우연한 기회에 잡아본 농구공. 재미있었다. "육상보다 농구가 더 재미있더라구요. 그 이후에는 다른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는 여전히 농구가 재미있다. 노력하는 사람보다 소질 있는 사람, 소질 있는 사람보다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못 당한다고 했다. 원지승이 꼭 그렇다.

중학교 이후 또래보다 처지기 시작한 키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았다. 부친 원영후씨(58)에게 "왜 이렇게 작은 키를 물려주셨느냐"며 투정도 부려 봤다. 묵묵히 아들의 말을 들어주던 아버지가 젊은 시절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뒤늦게 알았다. 후회했다. 더는 주어진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꿈에 그리던 프로무대의 스타트 라인. 설레임 속에 출발 총성을 기다리고 있는 원지승에게 모비스는 행운이자 도전의 환경이다. 그의 주위는 '최고 가드'들이 둘러싸고 있다. 특급 가드 출신 유재학 감독, 현역 최고 가드 양동근, 대학 랭킹 1위 가드인 동기생 김시래까지….


"입단 전까지 김승현 선배(삼성)가 롤모델이었어요. 들어와서 연습하면서 양동근 선배의 플레이를 통해 다른 면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감독님 기대에 한참 못 미치지만 앞으로 김승현과 양동근 선배의 장점을 두루 배우고 싶습니다." 일반인이라 쳐도 크지 않은 키의 선수가 농구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일단 코트 위 원지승을 보고 이야기하자. 가능성과 열정으로 가득 찬 신인 가드. 그를 향해 키 작다고 뭐라 하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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