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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 진 감독, 한국농구 자존심 높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9-27 16:49 | 최종수정 2012-09-27 16:49


창원 LG의 김 진 감독이 대만 가오슝에서 개최중인 ABA 챔피언십 경기 도중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창원 LG



프로농구 창원 LG의 김 진 감독이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높였다.

대만 가오슝에서 열리고 있는 2012 ABA(아시아프로농구협회) 챔피언십의 주요 관심대상은 한국의 창원 LG다.

이번 대회에는 LG를 비롯해 광둥 위너웨이(중국), 타이중 퓨어유스(대만), 요코하마 B-커세어스(일본) 등 4개국 팀이 참가했다.

중국과 대만의 프로팀은 지난시즌 자국 리그 우승을 했고, 일본 요코하마는 BJ리그 3위를 차지하는 등 연습 상대로는 제법 막강한 팀이다.

한데 이번 대회 예선리그에서 LG가 유일하게 3전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28일 LG와 결승전을 치르는 대만 타이중 퓨어유스는 26일 예선리그 최종전에서 LG에 패해 2승1패를 기록했다.

그러자 현지의 모든 관심은 LG에 쏠렸다. 단순한 3연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4개팀 가운데 중국의 광둥 위너웨이를 제외한 3개팀이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

중국은 한국보다 1개월 늦게 시즌을 시작하는 자국 리그(CBA) 규정상 용병을 입단시킬 시기가 아니어서 자국선수로만 참가했다. 대신 주팡유, 류사오유 등 중국 국가대표 3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대회 예선리그를 치르는 동안 일본과 대만팀은 외국인 선수 2명을 출전시켰다. 대회 주최측이 베스트5 가운데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출전시켜도 된다는 로컬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가급적이면 대만팀에 유리하도록 이같은 규정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는 2명의 외국인 선수(로드 벤슨, 아이라 클라크) 가운데 번갈아 1명만 투입하면서 예선리그를 치렀다. 한국 프로농구 규정이 2명 보유-1명 출전이기 때문에 연습경기삼아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흔히 프로농구에서 용병이 전력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 용병을 2명 출전시킨 팀과 1명 출전시킨 팀은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LG는 용병 2명을 투입한 팀을 물리친 것이다.

현지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국 프로농구의 위상이 높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대만 언론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현지 기자들은 김 진 감독과의 기자회견에서 용병 1명 출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때 김 감독의 대답이 한국농구의 자긍심을 드높인 것이다.

김 감독은 "4개국 친선대회지만 그래도 승부이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경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프로농구 규정에 맞춰 연습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전력상 열세를 감수하면서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대만리그에 대한 충고도 했다. 대만리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2명 보유-1명 출전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만팀은 이번에 용병 2명을 출전시켰다. 아무래도 주최국인 만큼 대회 성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자국리그 규정에 반해 용병 2명을 투입시켜 경기를 치르면 무슨 연습 효과가 있겠나. 차라리 용병 출전시간을 더 줄이면서 국내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진정한 시즌 대비 훈련이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언론 기자들은 부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LG 구단은 28일 대만팀과의 결승전에 대해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주최국이 대만인 만큼 판정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농구의 자존심만큼은 제대로 높였다.
가오슝(대만)=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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