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오빤 오리온스 스타일? 전태풍 "3년 뒤에도 우리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03:56 | 최종수정 2012-09-23 07:37


"3년 뒤에도 우리 팀 유니폼 입고 싶어요!"

이젠 제법 빨간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 전태풍은 올시즌을 앞두고 귀화혼혈선수 FA 규정에 따라 KCC를 떠나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다. 3년 만에 바뀐 소속팀, 중국 요녕성에서 진행중인 오리온스의 전지훈련에서 만난 전태풍은 팀과 자신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우리 팀'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새로운 팀에서 치르는 첫 전지훈련, 어떤 기분일까. 전태풍은 "재밌다. 새로운 농구 스타일 배우고, 새로운 팀 메이트 사귀고.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KCC 있을 땐 플레이오프에 당연히 가는 것 같았지만, 이젠 긴장이 더 된다"고 말했다.

전태풍은 고질이던 왼 발뒤꿈치 부상 치료로 인해 팀 합류가 늦었다. 미국에서 50여일간 치료를 받고 지난 6월말 팀에 합류했으나 다시 미국에서 재치료를 받았다. 지난 7월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도우미로 참가하고 팀에 최종 합류했다.

몸상태는 최적이다. 잔부상이 있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현재 모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요녕성 4개 도시를 돌면서 치르는 공식경기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오리온스는 올시즌 숙원이던 포인트가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태풍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고 있다. 전술훈련에서도 전태풍은 핵심이다.

그래서일까. 추일승 감독은 공식훈련 때마다 전태풍을 가장 유심히 보고 있다. 코트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이기에 따로 불러 대화를 할 때도 많다. 전태풍은 "감독님은 나에게 플레이메이커가 되길 원한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하면 좋아하신다. 좋은 선수가 많아서 내 자리에서 내 역할만 잘 해도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3년간 몸담았던 KCC와 비교하면 어떨까. 전태풍은 "차이가 크다. KCC는 나이 먹은 선수가 많았다. 우린 젊은 선수들이 많다. 또 김동욱 최진수가 벌려주면서 자리를 만들어준다. KCC에 있을 때보다 공간이 많다. KCC였으면 가운데서 다 막혔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농구 스타일이 오리온스에 적합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내 농구 스타일의 핵심은 스피드다. 속공하고 3점슛 던지고, 들어가면 또 수비 뛰어가고. 정신 없이 뛰는 게 내 스타일인 것 같다. 힘들면 힘들수록 재밌다. 빠른 우리 팀에 잘 맞다. 정 힘들 땐 멤버 체인지를 요청하겠다"며 웃었다.


전태풍은 귀화혼혈선수 중 우리 말에 가장 능숙하다. 외국인선수처럼 언어 습득에 대한 의지가 없는 선수도 있지만, 전태풍은 다르다. 이젠 능숙함을 넘어 고난이도의 언어 구사도 쉽게 할 정도.

언어습득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하자 그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동료들과 친해지고 싶고,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게 내 스타일이다. 절대 공부를 잘 해서가 아니다. 난 5분만 공부해도 잠이 든다"며 손사래를 쳤다. 팀에 빠르게 융화된 것 역시 그의 쾌활한 성격 덕분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3년 뒤, 그는 또 한 번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한다. 전태풍은 "정말 옮기고 싶지 않다. 이젠 계속 한 팀에서 뛰고 싶다. 다른 팀에 가면 플레이스타일이나 숙소 등 적응할 게 너무 많다"며 "우리 팀은 오기 전엔 몰랐는데 상당히 좋은 팀이다. 분위기도 최고"라고 강조했다. 영원히 오리온스맨으로 남고 싶다는 의지다.

전태풍은 오리온스로 오면서 기존에 달던 등번호 3번을 그대로 달았다. 사실 이 번호의 옛 주인은 과거 오리온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승현(삼성)이다. 전태풍은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달던 번호다. 부담감? 전혀 없다. 그냥 새로운 팀에 온 것 뿐"이라며 웃어넘겼다. '새로운 3번' 전태풍이 오리온스를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오리온스 전태풍. 랴오양(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 5월 KBL에서 오리온스 입단식을 가진 전태풍(가운데). 지금의 날렵하고 깔끔한 모습과 달리 살이 오른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띈다. 사진제공=KBL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