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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대박 친 오리온스 김동욱, "내 역할은 조연"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9-21 04:56 | 최종수정 2012-09-21 07:13


인터뷰중인 오리온스 김동욱. 푸신(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오리온스 김동욱(31)은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 선수다. 1라운드 출신도 성공하기 힘든 프로 무대에서 몇 안 되는 2라운드 성공 사례다.

지난 5월엔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서 보수 총액 4억5000만원(연봉 4억500만원, 인센티브 4500만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게다가 계약기간은 5년. 오리온스는 지난해 트레이드 후 팀의 중심이 된 김동욱에게 미래를 맡겼다. 그리고 올림픽 최종예선에선 생애 첫 국가대표의 감격도 누렸다.

오리온스의 중국 요녕성 전지훈련에서 달라진 김동욱을 만날 수 있었다. 마산고 재학 시절 휘문고의 방성윤과 함께 '천재' 소리를 들었던 고교생은 어느덧 스스로 '조연'을 자처하는 30대의 성숙한 고참선수가 돼 있었다.

"난 중간 역할", 하지만 사실 김동욱이 중심이다

김동욱은 2주 전에 발목을 다쳐 지난 19일 랴오양(요녕)시에서 열린 요녕 찌에빠오 헌터와의 공식경기에 뛰지 못했다. 잠시 훈련을 쉬다 중국에 오면서 조금씩 운동을 따라하고 있는 상태다. 다행히 전술훈련은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오는 22일 열릴 세번째 경기부터는 출전할 예정이다.

김동욱은 "그래도 수술 받은 오른쪽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시즌을 앞두고 최종 점검차 온 해외 전지훈련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커보였다.

전력 보강이 확실히 된 팀 사정 얘기가 나오자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김동욱은 "좋은 가드와 좋은 센터가 생겼다. 내가 중간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올시즌 역할은 무엇일까. 김동욱은 "테렌스 레더라는 좋은 빅맨, 그리고 2라운더인데도 리바운드가 좋은 리온 윌리엄스. 외국인선수도 좋다"며 "(전)태풍이형이 외국인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하니, 난 국내 선수들과 맞추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중간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간'. 참 애매한 말이다. 하지만 김동욱이 말하는 중간은 정확히 팀의 중심과 맞닿아 있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을 팀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작년엔 크리스 윌리엄스가 선수들을 이끌고 알아서 주문을 다 했다. 이젠 동욱이가 그만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올시즌 오리온스 전력 보강의 핵심인 전태풍도 키플레이어로 김동욱을 꼽으면서 "연습경기를 할 때마다 동욱이가 없으면 힘든 걸 느꼈다.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생각할 때마다 동욱이가 없ㅅ더라.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나보단 팀 먼저", 코트 밖 태도도 바뀌었다?

코트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김동욱은 팀의 중심이다. 김동욱은 팀 내 서열 5위다. 고참으로서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합류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젠 코트 밖에서도 하는 일이 많아졌다. 군기를 잡기도 하고, 예전과 달리 앞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김동욱은 "작년에 트레이드돼 왔을 때 최하위였다. 우리 팀은 연패하면 분위기가 쉽게 다운되는 편이다. 작년에도 개막 후 6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올시즌엔 초반부터 승수를 쌓고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조화를 잘 이루게 하는 게 내 일인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보면, 말을 잘 안하고 있다. 개인 위주로 하면 절대 안된다"며 "코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러다 보니 밖에서도 고참 역할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한다. 거실에서 함께 TV를 보는 등 공동생활을 하는 시간이 다른 팀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다. 김동욱은 "내가 분위기를 안 잡아도 재밌는 후배들이 워낙 많아 언제나 분위기가 좋다"며 웃었다. 자신의 마음을 미리 알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후배들이 기특한 모양이었다,

"꾸준해야 산다", FA '먹튀'되지 않기 위한 그의 해법

개인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너무 팀 얘기만 늘어놨다. 하지만 김동욱은 "다들 워낙 공격을 잘 하니까 내가 욕심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잔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에도 막판에 손가락이 골절돼 너무 아쉬웠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 부상 없이 54경기를 아무 탈 없이 마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 FA 이야길 안할 수가 없었다. 연봉이 무려 87.5%나 오른 '초대박'이었다. 김동욱은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부담을 갖는다고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경기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은 "주위에서 '먹튀' 소리 들으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연봉이 올라도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떨어지면 깎이는 게 당연하다. 그런 말 안 들으려면 다치지 않고 꾸준히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선수들이 더욱 잘 해서 FA제도도 이용해야 한다고 본다. 나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FA가 될텐데 그때까지 계속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욱은 지난 4월 스포츠조선이 제정한 2011-2012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에서 기량발전상을 탔다. 하지만 FA 대박을 친 그에게 기량발전상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을까. 김동욱은 "우승하면 내년에 MVP 한 번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크게 웃었다.


푸신(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 시즌 중반 오리온스로 이적해 짧은 시간 내에 팀의 중심이 된 김동욱.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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