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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추일승 감독(49)에 대해 '덕장'이나 '공부하는 지도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리온스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중국 요녕성에서 그의 따뜻하고도 열정적인 카리스마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추 감독은 머나 먼 타지에서도 매일 밤 전술과 씨름한다. 서 코치와 함께 한밤중에도 수시로 미팅을 갖고 자료를 분석해 팀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만들어낸다. 지난 2009년 동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두 권의 농구 이론서를 번역·저술할 만큼 공부에는 도가 텄다. 공부하는 지도자라는 명성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해외 전훈중에도 일과 시간 외 다른 활동은 없다. 추 감독은 주변의 눈치에도 "우리가 관광하러 왔나?"라며 자신에게, 그리고 팀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도시별 이동거리가 4시간 씩이나 되는 험난한 전훈이지만 그는 만족스럽기만 하다. 오히려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보고 있다.
군대 스타일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추 감독은 선수를 비롯해 팀에 소속된 구성원들과 격의없이 지내지 않는다. 훈련 시엔 따뜻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코트 밖에선 엄격하기만 하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수들을 위해 일부러 거리를 두는 편이다. 관계가 가벼워지는 순간, 농구에서도 완벽함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서 다른 감독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이 보였다. 추 감독은 슈팅훈련 때마다 스탭들과 함께 골밑에 선다. 오리온스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에 오시고 한 번도 저걸 거르신 적이 없다. 지금까지 감독님들 중에서 직접 골밑에서 공을 받고 건네 주는 분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추 감독이 골밑에 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슈팅연습을 하는 선수들이 한 번이라도 공을 더 던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훈련 때마다 그는 코치들과 매니저와 함께 매번 골밑에 섰다. 적극적인 움직임은 기본. 혹시라도 오래 볼을 못 잡은 선수가 생길까봐 재빠르게 골고루 분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노룩 패스'가 많았다. 패스하는 순간에도 시선은 이미 튀어나오는 다음 공에 집중돼 있었다.
훈련을 마친 뒤 그에게 골밑에 서는 이유를 물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제 일 아닌가요. 이거 하려고 감독하죠. 지도자 생활 할 때부터 하던 거라 안 하면 어색합니다."
푸신(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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