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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 멀고 먼 요녕성에 전지훈련 온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9-19 02:32 | 최종수정 2012-09-19 06:51



오리온스의 전지훈련은 '1박2일'보다 힘들다?

오리온스가 중국 요녕성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18일부터 25일까지 7박8일 일정이다. 그런데 전지훈련 스케줄이 험난하다. 요녕성의 4개 도시(요양시 부신시 조양시 심양시)를 돌면서 중국 CBA 1부리그 팀인 요녕 찌에빠오 헌터(Lioning Ziebo Hunter)팀과 각 도시별로 한 차례씩, 총 네 차례의 공식경기를 갖는 일정이다.

하지만 첫 날부터 훈련 스케줄을 축소할 정도로 일정이 빡빡했다. 18일 오후 심양공항에 도착해 버스로 첫번째 훈련지인 랴오양시(요양시)까지 이동하는데 예상했던 45분을 훌쩍 넘어 1시간20분이나 걸렸다.

심양에서 요양으로 오는 고속도로가 공사로 인해 일부 구간이 폐쇄되면서 우회해서 와야 했기 때문. 결국 선수단은 도착 직후 소화하려던 훈련을 취소하고 저녁식사부터 해결했다. 식사 후엔 간단히 훈련을 마친 뒤 휴식을 취했다.

19일 오후 요양에서 치르는 첫 경기 이후 일정도 문제다. 20일 아침 부신으로 이동해 요양과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훈련과 경기를 치르게 돼 있다. 하지만 이날 구단 관계자는 현지 통역에게 요양에서 부신까지 차로 4시간 가량 걸린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당초 여행사 쪽에서 얘기한 2시간30분으론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부산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오리온스 측 관계자는 "1박2일 찍으러 온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지훈련 일정과 경기 스케줄이 잡힌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오리온스는 올해 해외 전지훈련을 예정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요녕성 농구협회의 초청으로 뒤늦게 성사됐다. 오리온스가 지난 8월 요녕성 농구협회에 베푼 작은 호의가 소중한 인연이 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요녕성 농구협회는 지난 8월 중순 요녕성 청소년팀을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보냈다. 서울시 내 고교팀들과 연습경기를 갖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요녕성 측은 경기는 서울에서 치르면서 숙소를 고양에 잡아버렸다.


먼 이동거리도 문제였지만, 진짜 문제는 훈련장을 제대로 섭외하지 않은 것이었다. 마땅한 체육관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사연을 전해 들은 오리온스가 손을 내밀었다. 고양이 홈인 오리온스는 시즌 준비로 한창 바쁜 와중에 고양시 실내체육관을 흔쾌히 내줬다. 물론 체육관이 2개였고, 훈련 시간을 적절히 분배해 가능했던 일.

요녕성 농구협회는 며칠 뒤 여자 청소년팀까지 고양으로 보냈다. 이번에도 오리온스의 도움이 있었다. 두 차례나 크게 신세를 진 요녕성 협회 측은 오리온스가 해외 전지훈련을 잡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프로팀과 4개 도시 체육관을 섭외해 오리온스 초청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실 요녕성은 국내 농구팀들에겐 생소한 도시다. 도시 별로 거리가 있고 훈련 상대가 많지 않은 탓에 전지훈련지로는 고려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오리온스 관계자는 "훈련 상대인 찌에빠오 헌터팀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현지에서 1개 팀이 더 섭외될 수도 있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지만, 요녕성 측에서 호의를 베푼 만큼 훈련을 잘 소화하고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선수들 사이에선 "우리 복불복 게임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냐?"라는 농담이 오갔다. 하지만 오리온스 선수단은 모처럼 갖는 전지훈련이 반갑기만 하다. 지난 2010년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중국 청도 전지훈련을 한 뒤 2년 만에 갖는 해외 전훈이다.


랴오양(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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