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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하면 떠오르는 단어? 장신 군단, 질식 수비, 신기록, 최강…. 이쯤 되겠다.
어쨌거나 동부는 여전한 최강자다. 선수 구성원이 변해도 팀 고유의 색깔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강동희 감독이 이끄는 코칭스태프의 전술과 스타일의 기본틀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동부 농구의 위력은 '높이+스피드'에서 나온다. 통상 이 두 요소는 나란히 서기 힘들다. 크면 느리고, 빠르면 작다.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동부 농구는 비 상식적이다. 큰데도 빠르다. 높이는 불가항력의 요소다. 하지만 스피드는 노력으로 향상이 가능하다. 동부는 땀과 노력으로 스피드를 높여왔다. 지옥같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며 '뛰는 농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세운 한 시즌 최다승과 최다 연승의 금자탑. 오랜 동안 쌓여온 땀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상 고온으로 후끈했던 지난 여름 더위의 위력은 아키타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9월임에도 남부 지방 못지 않게 후끈했다.
사시사철 춥거나 선선한 아키타 날씨 탓에 실내 체육관에는 '당연히' 냉방 장치가 없다. 아키타 팀과의 초청경기를 치른 동부 선수단. 사우나 속 체력훈련을 방불케 했다. 가뜩이나 딱히 볼거리 없는 지역민이 오랜만의 스포츠 이벤트에 무려 2000명이나 입장해 실내 온도를 높였다.
동부 한순철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플로어에 흥건하게 고인 땀을 수건으로 닦아가며 경기를 치를 정도였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영만 코치도 "벤치에 앉아있기도 더웠는데 선수들은 오죽 더웠겠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예기치 않은 체력 훈련장으로 돌변한 아키타 전지훈련. 이상 기온을 탓하기 전에 또 혹시 아는가, 동부의 '뛰는 농구'에 작은 밑거름이 될지….
도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