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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10년 SK 김민수 "코트에서 선후배 문화, 이해 안 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9-14 07:21 | 최종수정 2012-09-14 07:22


미국 전지훈련 중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SK 김민수.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남자농구 SK 포워드 김민수(30)는 이제 한국에 온지 10년 됐다. 그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김민수는 10년 전 어머니의 나라에 왔다. 2002년 경희대 농구부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2년 뒤 어머니 국적을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2008년 경희대를 졸업했고, 그해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2006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도하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출전했다. 그후 약 4년간 김민수는 한국 국가대표였다. 절반의 한국인 피가 흐르는 그의 '코리안 드림'은 이미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그는 항공사 승무원 출신 서진아씨와 결혼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첫 딸(시은)이 태어났다. 미국 어바인 전지훈련 중 만난 김민수는 "맨날 딸과 전화통화를 시도하지만 얘기가 안 된다"면서 "혼자가 아니다. 더욱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민수는 "몸싸움을 싫어한다" "게으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랬던 그가 다음달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발씩 더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대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욕하는 팬들의 글을 보고 웃었다. 그런데 자꾸 그런 글을 보니까 기분이 나빠졌다"면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선수 입장에선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팬들의 반응을 잘 안 보게 된다"고 했다.

김민수와 같은 포지션에 신인 최부경이 입단했다. 최부경은 몸싸움을 잘 하고, 수비를 적극적으로 해주는 스타일로 성장하고 있다. 외곽에서 슈팅을 잘 쏘는 김민수와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최부경의 가세는 김민수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아직 농구 코트에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으로 선후배 문화를 꼽았다. 김민수는 "일상 생활에서 선후배 문화가 있는 건 좋다. 하지만 체육관에서 농구할 때는 그런 게 있으면 안 된다"면서 "경기하다 후배에게 한대 맞을 수도 있다. 농구는 몸싸움을 기본으로 한다. 맞고 안 맞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민수의 얼굴을 보면 한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짚은 눈썹과 움푹 들어간 깊은 눈이 외국인의 인상을 준다. 그래서 일부에선 아직도 김민수를 두고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중간인 정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닐 때가 있다. 나 같은 경우 양쪽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가 있다"면서 "참 어려운 문제인데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얘기하는 것 보다 체육관으로 나가 운동하면서 푼다"고 말했다.


김민수의 한국어 실력은 국내에서 살아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구사할 수 있는 단어가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일 자세도 돼 있었다.

한국농구는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외국에서 나고 자란 혼혈 선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맞는 열린 정책이다. 이제 그런 선수들이 국내 농구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열어놓아야 할 것 같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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