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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몰린 KB스타즈, 해법은 없나?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3-29 08:43 | 최종수정 2012-03-29 08:43





◇28일 청주종합체육관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신한은행 하은주를 사이에 두고 KB스타즈 정선화(왼쪽)와 정선민이 협력수비를 펼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이미 패색이 짙은 4쿼터 중반, 벤치로 물러나 앉은 노장 정선민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완패를 당한 후 정덕화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꽥' 소리라도 내고 죽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반대편 벤치에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축의 의미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도 여럿 보였다. 임달식 감독은 "이제 통합 6연패라는 목표에 80%까지 다가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KB스타즈(국민은행)와 신한은행의 경기가 열렸던 28일 청주종합체육관, '천당과 지옥'은 한 코트에 공존하고 있었다. 신한은행은 이날 승리로 통합 챔피언 달성에 이제 단 1승만을 남기게 됐다. 그 무대가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3차전이 될 공산도 크다.

동부와 KGC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남자 프로농구 챔프전과는 달리 여자 농구는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도 있게 됐다. 물론 신한은행이 시즌 1위팀이고, KB가 3위팀이긴 하지만 챔프전 2경기 연속 20점차 이상 벌어질 정도로 실력차가 크지는 않다. 그렇다면 KB는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질 것인가? 앞선 2경기를 통해 KB가 과연 남은 경기서 '꽥' 소리라도 낼 수 있을지 짚어본다.

양날의 칼

KB는 변연하 정선민이라는 베테랑 듀오가 존재한다. 2차전까지 변연하는 역대 챔프전 최다 출전 3위(43경기), 정선민은 5위(38경기)를 달리고 있다. 또 변연하는 역대 챔프전 한 경기 최다득점(37점) 1위, 그리고 정선민은 35득점으로 이 부문 2위다. 누적 득점도 변연하 1위(733점), 정선민 2위(669점)이다. 각종 기록을 가진 '철녀'들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두 명을 제외한 KB 선수들 가운데 챔프전을 경험한 선수는 가드 박선영 정도에 불과하다.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이 펄펄 날면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러나 한꺼번에 막힌다면 '재앙'이 따로 없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팀이 바로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1차전에 앞서 김단비에게 "변연하를 안고 자폭해라"란 주문을 했다. 공격에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철저히 막으라는 얘기.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슈팅가드이지만, 포인트가드가 허약한 팀 사정상 변연하는 경기 리딩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체력이 2배로 소모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딱 10년 후배이자 힘 하나만큼은 현재 최고라 할 수 있는 김단비에게 2차전에 철저히 막히다보니 팀 공격이 제대로 흘러갈 수 없었다. 역대 챔프전에서 경기당 17.51점을 넣었던 변연하는 2차전에서 16개의 야투 가운데 2개만 성공시키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여기에 3~4개의 블록슛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변연하가 막히다보니 정선민도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2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중거리슛에 의존하는 패턴이 대부분이었다. '양날의 칼'은 적이 아닌, 스스로에 비수로 꽂혔다. 변연하가 살아야, KB가 산다.

두 마리 토끼는 못 잡는다

1~2차전에서 KB가 대패한 원인 중 하나는 신한은행의 내외곽을 모두 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사실 신한은행 포스트 플레이의 중심인 하은주는 스타팅 멤버로 뛰지 않는다. 체력도 그렇거니와 부상 염려도 있어 주로 후반에 20여분 내외를 뛴다. 그런데 KB의 수비는 하은주를 막는데만 주력했다. 센터 정선화가 매치업을 하고, 하은주가 공을 잡았을 때 정선민 변연하 강아정 등 다른 포워드들이 순간적으로 더블팀을 들어온다. 하은주는 1차전에서 6득점-7리바운드, 2차전에서 10득점-5리바운드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수비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대신 1차전에서 3점포 7개, 2차전에서 무려 11개나 허용했다. 하은주가 수비진을 몰고 다니니 외곽에 구멍이 생겼다. 하은주가 1~2차전에 기록상으론 어시스트를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로 포스트에 있다가 순식간에 외곽으로 공을 돌렸다. 여기에 신한은행의 빠른 패스워크, 그리고 기존 김단비와 이연화에다 김연주까지 가세한 발빠른 포워들들의 무빙 오펜스가 더해지면서 완벽한 3점슛 찬스가 계속 만들어졌다. 정규시즌서 3점슛 성공률이 6개팀 가운데 4위에 불과한 신한은행이 오히려 챔프전에선 외곽포로 승부를 가르고 있는 것이다.

또 이를 막기위해 맨투맨 수비로 전환하면 다시 골밑이 뚫렸다. 존 디펜스와 맨투맨 수비가 꼬이면서 KB 수비진은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KB가 3차전에서 반격을 성공하기 위해선 내외곽을 모두 막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을 보인다. 이미 물꼬가 트인 신한은행 슈터들의 외곽슛을 막기 위해 과감히 하은주에 대한 협력수비를 포기하는 것도 고려사항일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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