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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특히 종료 직전 공격에서 동부의 두터운 트리플포스트를 뚫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이동준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다. 이동준은 지난 11일 KCC전에서 불의의 무릎 부상을 입었다. 복귀까지는 5주 가량이 소요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오리온스에게 이동준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이동준은 그동안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담당해왔다. 루키 최진수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이동준과 윌리엄스의 콤비플레이는 팀의 유일한 활력소였다.
추일승 감독은 이동준의 공백을 백업빅맨인 민성주로 메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성주는 지난 2일 삼성에서 트레이드된 선수다. 아직 오리온스 선수단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다. 추 감독은 이에 대해 "성주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게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호흡 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제공권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성주를 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 감독은 민성주의 기용시간을 늘리면서 최진수를 제 자리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최진수에겐 지금의 옷이 더 맞는 듯 하다. 골밑에서 윌리엄스와의 호흡도 좋았다. 이동준이 돌아왔을 때 최진수의 활용방안을 다시 고민해볼 만 하다.
추 감독은 "사실 진수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기대감이 큰 데 대해 압박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래서 최대한 부담을 떨쳐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진수는 모처럼 마음껏 날았다. 전보다 움직임이 편안해 보였다. 사실 최진수의 포스트 기용은 추 감독이 구상했던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성장을 위해서는 본인이 가장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최진수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다.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볼 만한 시기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