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중국에 졌다.
2-3 매치업 존(2명의 수비수가 앞에 서고 3명의 수비가 골밑에 지역방어를 펼치며 자신의 구역에서는 맨투맨 수비를 펼치는 혼용수비전술)이었다.
사실 정상적으로 대결을 펼치면 중국에 공수에서 쉽지 않다. 이런 깜짝 전술로 중국의 성긴 조직력을 흔들어야 승산이 있다. 임달식 대표팀 감독의 유효적절한 수비전술이었다.
문제는 한국의 공격이었다. 한국 역시 외곽에 의존한 공격력으로 4득점에 그쳤다. 상대의 의표를 찔렀지만,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이었다.
노련한 중국의 에이스 가드 마오리지에가 공격의 물꼬를 텄다. 속공으로 3점 플레이를 펼치며 1쿼터 3분 8초를 남기고 중국은 6-5로 역전했다. 마오리지에는 여러차례 중앙으로 볼을 치고 들어가며 오픈 미들슛 찬스를 만들었다.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매치업 존 대신 맨투맨 수비로 바꿔야 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2쿼터 한국은 정확한 외곽포 공격을 시작했다. 활발히 움직이며 스크린에 의한 미스매치를 만들었다. 강영숙과 신정자는 자신의 공격을 고집하지 않고 비어있는 외곽으로 볼을 연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골밑을 더욱 강화했다. 천 난이 골밑을 집중공략하기 시작했다. 2쿼터 2분3초를 남기고 26-22 중국의 리드. 이때 마오리지에가 한국의 수비 약점을 뚫으며 2점슛을 성공시킨 뒤 화려한 개인기로 3점포까지 작렬시켰다. 31-22, 중국의 9점 차 리드. 분위기 상 1~2골만 더 내주면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당할 수 있는 첫번째 승부처였다.
이때 슈터 김연주가 투입?磯? 이번 대회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김연주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2쿼터 종료 38초를 남기고 수비수 앞에서 깨끗하게 3점포를 꽂은 김연주는 2초를 남기고 또다시 3점포를 작렬시켰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슛 찬스만을 노린 김연주의 기민한 움직임이 돋보인 플레이. 슈터로서 적확한 경기력이었다.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한국은 김연주의 3점슛 2방으로 다시 균형을 찾았다. 전반을 28-34, 6점차를 뒤진 채 끝냈다. 스코어는 뒤져 있었지만, 분명 분위기는 한국의 편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마자 이런 상승세는 곧바로 경기력에 투영됐다. 김단비는 확실히 앞으로 한국농구를 짊어지고 갈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강력한 1대1 골밑돌파로 중국의 수비를 두 차례나 연거푸 깼다. 확실히 1대1로 막기 쉽지 않은 파워풀한 움직임.
한국이 공수에서 상승세의 모습을 보이자 반대로 중국은 급해졌다. 단조로운 골밑공격만을 고집했다. '우겨넣기'는 연거푸 실패했다. 그 와중에 한국은 최윤아의 자유투와 교체투입된 이연화의 3점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43-40 한국의 리드. 확실히 중국 역시 약점이 확실한 팀이었다. 공격이 막히자 정확히 풀어줄 해결사가 없었다. 약한 조직력이 발목을 잡으며 전혀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한국은 확실한 패턴에 의한 신정자의 연속 골밑슛으로 기세를 올렸다. 단 한 가지가 아쉬웠다. 3쿼터가 끝나는 상황에서 던진 마젱유의 3점포가 들어갔다. 사실 그동안 한국은 잘 싸우다가도 예상치 못한 중국 포워드들의 중거리포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4쿼터 마젱유의 3점포 2방이 연달아 꽂혔다. 47-51, 순식간에 역전됐다. 한국은 다시 흔들렸다. 패스미스로 어이없는 실책. 그러나 수비를 재정비하며 반격의 토대를 마련했다.
중국은 한국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24초 공격제한시간에 걸렸다. 다시 기세를 찾은 한국은 하은주 신정자의 골밑슛이 터졌다. 숨막히는 접전이 이어졌다.
경기종료 1분48초를 남기고 59-60으로 뒤진 한국. 중국의 마오리지에가 천금같은 3점포를 터뜨렸다. 그러자 이연화가 다시 3점포로 만회했다. 경기종료 8초를 남기고 던진 최윤아의 중거리포가 림을 벗어났다. 한국은 파울작전으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승기를 잡은 천 난은 자유투 2개를 그대로 성공시켰다. 이연화가 4초를 남기고 3점슛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다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난적 중국을 넘지 못했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하나 지적할 부분이 있다.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심판의 보이지 않은 편파판정이다. 이미 광저우아시아게임에서 한국은 결승전에서 극심한 편파판정으로 억울한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이번 결승도 마찬가지였다. 2쿼터 4분8초를 남기고 강영숙의 공격자 파울, 3쿼터 8분여를 남기고 김정은의 골밑슛에 바스켓카운트 반칙을 불지 않은 점, 경기종료 41초를 남기고 하은주와 수비수 가오송의 더블파울을 지적한 점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번 대회 개최장소는 일본이었다. 국제대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홈 텃세에 의한 편파판정도 아니었다. 국제대회 판정은 힘의 논리에 충실한 경향이 매우 짙다. 이번에도 편파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아시아 농구계에서 힘을 잃고 있다는 의미였다. 한국의 아마농구와 프로농구의 고위관계자들이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한 프로농구감독은 "남녀 모두 아시아권 대회에 나가면 편파판정은 기본이다. 보이진 않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아시아권에서 파워를 키워야 한다. 판정의 혜택을 받자는 의미가 아니라, 판정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