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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12명중 6명이 성적 우수 장학생이다. 이중 3명은 전과목 'A+'에 학과 수석이다. 나머지 6명도 A학점 투성이다.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다. 전국대회를 2연패하며 여자 대학부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희한한 농구부는 체육 관련학교 명문 용인대에 있다.
사실 여대 농구부는 남자와 달리 주목받지 못하는 편이다.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자 프로농구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인대는 공부 잘하는 선수들만 모인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용인대 교육대학원 원장인 이근일 교수(54)가 2003년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세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운동선수는 공부안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자며 강의실 맨 앞자리 앉기 운동부터 시작했다. 운동하느라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온 선수들이 성적 장학금이란 걸 받게 되자 신바람이 났다.
공부하느라 머리를 쓰니까 운동 실력도 향상됐다. 감독의 지도법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지니 기술도 덩달아 좋아진 것. 결국 선수들은 이 교수가 뿌려놓은 씨앗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공부벌레' 농구선가 됐다.
용인대 농구부의 공부전통은 2009년 9월 부임한 하숙례 감독(41) 밑에서 더 빛을 발했다. 하 감독은 1990년 한국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 1998년에 일본 프로리그로 진출해 6년간 지도자 경험을 한 뒤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4년간 코치생활을 한 '학구파'다. 하 감독은 우연히 이 교수의 요청을 받고 용인대에 발을 담갔다가 특이한 공부전통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하 감독은 "선수들이 그 어렵다는 공부와 운동 병행을 잘해내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라며 "요즘은 이런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게 너무 행복한 나머지 200% 만족하고 산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학와서 공부에 도전했다가 성적도 오르고 보람을 느끼게 되자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이는 농구실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는 게 하 감독의 설명이다.
공부에 치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훈련시간은 다른 팀에 비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밤새워 시험공부를 하고도 훈련을 빼먹지 않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성적을 내는 걸 보면 대견할 수 밖에.
하 감독이 부임한 이후 벌써 전국대회에서 세 번째 우승을 했다. 종전 4∼5년간 침체기였던 용인대로서는 괄목상대할 성과다. 선수들의 공부열정에 하 감독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하 감독은 영어강사로 변신하기도 한다. 미국생활 경험을 살려 1주일 3회, 회당 1∼2시간씩 선수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하 감독은 대회가 없는 겨울방학때 선수들을 미국, 일본으로 연수도 보낼 계획이다.
용인대 선수들은 공부와 운동도 모자라 가계에 보탬을 주려고 주말에는 농구교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히 용인대는 '외인구단'으로도 유명하다. 고아라(3학년·전 KDB생명), 박채정(1학년·전 신한은행) 등 프로에서 벤치만 지키던 신세였다가 대학에서 새출발을 시도하는 프로출신이 5명이나 있다. 이번 종별대회 MVP를 받은 고아라는 단골 장학생이고, 박채정은 학년 수석이라고 한다. 프로에서의 경험으로 가끔 동료 후배들의 코치가 돼주기도 하니 팀 워크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시종일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 하 감독은 제자들과 약속한 마지막 올해 목표가 있다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전국체전(10월) 경기도 대표가 됐습니다. 경기도에서 열리는 만큼 8년전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습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