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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독해진 서장훈 "LG로 트레이드 오히려 잘됐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12 11:05


지난달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추억의 고연전(연고전)에서 서장훈이 특별 해설을 하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우리 나이로 38세. 선수로는 은퇴를 바라 볼 나이다.

하지만 신인선수로 돌아갔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지난 5월 전자랜드에서 LG로 트레이드된 '국보센터' 서장훈(37)을 이르는 말이다.

프로 생활 13년. 현역 프로농구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SK(1998∼2002년)-삼성(2002∼2007년)-KCC(2007∼2008년)-전자랜드(2008∼2011년)에 이어 다 섯번째 유니폼을 입었다.

2개월전 전격적으로 트레이드됐을 당시 적잖이 충격에 빠졌던 서장훈은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인생을 준비중이다.

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LG체육관에서 만난 서장훈은 트레이닝실에서 1개월째 별도 훈련을 있었다.

천직이 농구선수인데 LG에 와서 볼을 만져 본 적이 없다. 김 진 감독의 배려로 몸을 만드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서장훈은 집이 여의도에 있지만 자청해서 합숙생활을 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훈련 스케줄에 맞추려면 극심한 교통체증 때문에 너무 힘들다. 특히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더 하다. 그래서 2∼3일에 한 번꼴로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서장훈의 모습을 보니 사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고참이라고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트레이너가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이를 악문 표정에서 정성이 묻어났다.

서장훈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워낙 자주 옮겨다니다 보니 LG로 이적했다고 특별히 남다른 감회는 없다"며 웃어넘긴 서장훈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LG로 트레이드된 게 나의 농구인생을 위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활짝 웃었다.

서장훈이 트레이드 예찬론을 펴는 이유는 이렇다. 전자랜드에서 3시즌을 뛰는 동안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늘 하위권이었던 팀이 2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지난 2010∼2011시즌에는 전자랜드 역사상 최고 성적(정규리그 2위)의 주역이기도 했다. 서장훈 정도의 명성에, 그만한 나이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딱 좋았다.

하지만 트레이드 자체가 서장훈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됐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긴 것이다. 새로 둥지를 튼 팀에서 처음 만난 감독, 코치와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채찍을 하게 된 것이다. 서장훈은 "내 성격상 전자랜드에 계속 있었다고 해도 완전히 나태하지는 않았겠지만 새로운 팀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것 자체가 묘한 도전심을 불러일으켰고, 신인때의 심정으로 돌가게 했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나의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이런 말년기에 나태해지지 않고 스스로 단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LG에 와서 자신의 목표가 명확해졌다고 한다. "늙고, 체력이 떨어졌다고 추한 모습 보일 때까지 선수생활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는 지금의 모습에서 그만 두자(은퇴하자)"는 것이다.

서장훈은 LG에서 그만 두고 싶다고 했다. 그만 두기 전에 마지막 우승을 남기고 싶다. 서장훈은 '감(느낌)'이 너무 좋다고 한다. 삼성 시절 5년간 정들었던 이수우 트레이너를 LG와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이수우 트레이너는 서장훈의 전성기를 함께 보냈고 국내에서 서장훈의 몸상태와 관리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서장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목 보호대를 만들어 준 이 역시 이 트레이너다. 인생사 돌고 돌다가 이번에 LG에서 다시 만났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이 트레이너로부터 특별 몸만들기 훈련을 받고 있는 서장훈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게 힘들지만 1개월 뒤 볼을 잡을 수 있을 때 또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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