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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안타 시동이 너무 늦게 걸린 게 결국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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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지만, 실제로 마이너리그행이 발표되지 충격이 적지 않다. KBO리그 3할 타자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졌다. 김혜성은 타격 폼까지 전면적으로 수정하며 메이저리그 개막엔트리 진입을 위해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특히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직후 2루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하면서 김혜성의 빅리그 입지가 확장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김혜성을 빅리그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김혜성은 실전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타격 솜씨를 보여주며,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플랜을 무너트렸다.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바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권유에 따라 타격 시 오른발 높이 들지 않고, 수평으로 내딛는 폼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게 기존의 타격 밸런스를 무너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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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초중반까지 미국 투수들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한 김혜성의 타율은 급기야 0.07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LA에인절스 전때 교체로 나와 2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치며 충격적인 '7푼타율(0.071), 14타수 1안타'을 찍었다. 이런 타율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나마 7푼1리로 바닥을 찍은 이후부터는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홈런도 나왔고, 이전에 없던 내야를 벗어나는 잘 맞은 타구도 나왔다.
새 타격 폼에 적응하기 시작한 3월에는 분명 타격 상승세를 보여줬다. 3월 들어 치른 9경기에서 타율 0.333(15타수 5안타), 2볼넷, 4삼진, OPS 0.945를 찍으며 KBO리그 시절의 스탯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페이스였다. 이미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일본에서 개막시리즈를 치를 선수들의 명단을 대부분 확정한 상태였다. 김혜성의 뒤늦은 분발은 이 명단을 바꿀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만약 시범경기 초반부터 이런 페이스가 유지됐다면, 다른 결과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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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점은 트리플A부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일말의 희망은 거두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김혜성이 타격 폼에 더 적응하며 3월에 보여준 타격감 상승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생갭다 이른 시기에 빅리크 콜업도 가능하다.
만약 더블A나 그 이하로 내려가라는 통보를 들었다면, 올해 안에 빅리그 콜업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김혜성의 실력이 그 정도로 부족하다고는 판단하지 않은 듯 하다.
결과는 이미 나와버렸다. 실망하거나 기죽을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앞에 놓인 숙제를 해결하면 된다. 김혜성이 이제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주문한 타격 폼을 더 몸에 익혀 트리플A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는 것 뿐이다. 수비와 주력은 기본이다. 빅리그 진입을 위해서는 꾸준히 경기에 나가 타율을 3할대로 맞춰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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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여기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삼진율을 낮춘다는 건, 타석에서 여유를 갖고 투수들과 승부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침착하게 유인구를 골라내거나 불리한 볼카운트에 들어오는 공들을 커트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삼진율이 낮아지면 타율도 안정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생긴다.
다행인 점은 3월 들어 바꾼 폼에 적응하며 타석에서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페이스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마이너리그 경기를 시범경기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고 자신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평가를 바꾸기 위해 전력을 쏟아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