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들은 푹 쉬어라' 우승 감독 이범호의 '여유'인가, 아니면 무서운 '큰 그림'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2-27 22:24 | 최종수정 2025-02-28 11:07


'주전들은 푹 쉬어라' 우승 감독 이범호의 '여유'인가, 아니면 무서운 …
27일 일본 오키나와 킨 스타디움에서 열린 LG와 KIA의 연습경기, LG가 3대1로 승리했다. 경기에서 패한 KIA 이범호 감독이 선수단을 불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2.27/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여유? 큰 그림?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리그 가장 어린 감독이다. 지난해 감독 데뷔 시즌으로, 1차 스프링캠프 도중 갑작스럽게 선임돼 주변 걱정이 많았다. 경험 일천한 초보 감독이, 그것도 코치 경험도 그렇게 많지 않은 감독이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거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감독 100년 한 사람처럼 치밀하게, 능숙하게 팀을 이끌었다. 결과는 달콤했다. 통합우승. 정규시즌에도, 한국시리즈에서도 빈 틈이 없었다.

KIA는 2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전 시즌 우승팀들이, 그 우승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과 똑같은 야구를 하기 힘든 게 프로의 세계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 '왕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KIA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다른 팀들은 일찍부터 주전 선수들이 연습경기에 총출동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KIA와 맞붙은 한화 이글스도, LG 트윈스도 그랬다.


'주전들은 푹 쉬어라' 우승 감독 이범호의 '여유'인가, 아니면 무서운 …
25일 일본 오키나와 킨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연습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2.25/
하지만 KIA는 반대다. 당장 1.5군 선수들이 시합을 뛴다. 더 냉정히 말하면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할 확률도 높은 선수들이 야수진 주를 이룬다. 투수들이야 이름값과 관계 없이 개막에 맞춰 몸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니 던진다고 하지만, 베테랑 야수들은 푹 쉬고 있다. 박찬호도 보이지 않고, 최형우는 오키나와 마지막 2경기만 뛸 예정이다. 심지어 나성범과 김선빈은 오키나와 실전 계획이 없다.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2경기 모두 졌다.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먼저 주전으로 뛸 베테랑 선수들은 알아서 몸 만들고, 컨디션 점검하라는 차원이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큰 것이다. 억지로 시합 뛰다 다치거나, 난조를 보일 바에는 시범경기를 활용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


'주전들은 푹 쉬어라' 우승 감독 이범호의 '여유'인가, 아니면 무서운 …
27일 일본 오키나와 킨 스타디움에서 열린 LG와 KIA의 연습경기, LG가 3대1로 승리했다. 경기에서 패한 KIA 이범호 감독이 선수단을 불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2.27/
그리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 이 때가 아니면, 백업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훈련 때 잘 치고 잘 잡아도, 시합 때는 또 다르다. 내야는 홍종표, 윤도현, 김규성, 박민 등이 시험대에 올랐다. 외야는 이우성, 이창진, 박정우, 김석환 등이 무한 경쟁이다. 어느정도 기회를 주고, 평가를 해야 선수들도 납득을 한다.


또, 여기서 만들어내는 1~2명의 선수가 팀을 강하게 만든다. 결국 우승에 도전하려면 주전들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백업을 강하게 육성해야 한다. 이게 안되는 팀은 절대 상위권에 올라갈 수 없다.

또 박찬호, 최원준 등 주축 야수들이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다 잡으면 최고지만, 프로 세계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만약 선수들이 떠날 시에 대비해 그 공백을 메울 선수를 준비시키는 것도 이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이 감독이 올시즌, 그리고 먼 미래까지 팀을 더 강하게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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